‘가온차트’ 100일… 제자리 못잡은 ‘한국판 빌보드’

입력 2010-06-11 17:45


국내 최초 국가 공인 음악 차트인 가온차트(www.gaonchart.co.kr)가 지난 2일로 100일을 맞았다. 미국의 빌보드 차트, 일본의 오리콘 차트를 목표로 세간의 관심 속에서 출범했지만, 아직까지는 음악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가온차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가 관리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국내 6대 온라인 음원업체인 멜론 도시락 벅스 등과 음반 유통사인 로엔 엔터테인먼트 소니뮤직 등은 집계에 필요한 데이터를 가온차트에 제공한다.

때문에 가온차트는 제각각인 온라인 음원 사이트의 순위를 포괄한다. 앨범 판매와 온라인 음원 판매를 구분해 별도의 차트를 만든 점도 장점이다. 온라인차트, 모바일차트, 앨범차트 등 음원의 구입 경로 별로 순위를 제공하고 이 셋을 모두 종합해 디지털종합 차트를 낸다.

하지만 가온차트가 대중에게 안착된 것은 아니다. 현재 가온차트의 소식을 받아보는 ‘뉴스레터’ 이용객수는 3500명 남짓. 음악평론가 등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덜 알려진 편이다. 또한 각종 TV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가온차트를 인용하지 않는다.

가온차트가 외면 받는 이유로는 정보 부족이 꼽힌다. 순위에는 가수 이름과 곡명이 나열돼 있을 뿐 가수에 대한 정보, 앨범 판매량, 다운로드 횟수 등 세부 정보를 찾아 볼 수 없다. 한상철 음악평론가는 “빌보드 차트처럼 가수에 대한 정보와 앨범 판매량 등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용자가 차트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사무국장도 “가온차트가 정보 부족 등으로 썰렁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앨범 판매량과 다운로드 횟수 등은 기획사들이 민감해 하는 부분이어서 공개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가수 정보나 곡 설명과 같은 기본 정보는 점차 데이터를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요 위주의 장르만 제공하는 점도 한계다. 재즈, 팝, 힙합 등 각 장르에 대한 순위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비주류 음악을 알 길이 없다. 이는 한국대중음악을 풍성하게 만들며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는 가온차트의 애초 목적과도 배치된다.

가온차트는 문제점들을 수용해 두 달 후에 개편된 사이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가수, 곡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제공하고 음악 소비층을 지역과 나이별로 파악한 통계 자료 등을 보충한다. 또한 웹진을 발행해 신인 가수를 소개하고, 순위와 뮤직비디오를 연결하는 방식도 논의 중에 있다.

박은석 음악평론가는 “빌보드도 수차례 시스템을 바꿔가며 자리를 잡아나갔다”면서 “백 년 된 빌보드에 비하면 가온차트는 3∼4개월 밖에 안 됐다. 가온차트는 데이터를 확충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면서 시장에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