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싹∼ 원기 쑥∼ 보약 따로없네… 여름에 좋은 한방차 3가지
입력 2010-06-11 17:37
이맘 때가 되면 여염집 아낙들은 새 옷을 지었고, 사내들은 힘을 기르기 위해 쌀가마니를 들었다 놨다 소란했다. 또 부채와 제호탕을 마련하느라 안팎이 바빴다. 한 백년쯤 전일까? 아니다 50,60년 전에도 그랬을 터이다.
16일은 음력으로 5월 5일 단오다. 수릿날, 중오절, 천중절, 단양(端陽)이라고도 부르는 단오를 우리 조상들은 일년 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로 여겼고, 이때부터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봤다. 그래서 더위를 쫓을 부채와 무더위를 이긴다는 제호탕을 선물로 주고받았다. 또 놀이를 한바탕 벌였다. 새 옷으로 단장한 여인네들은 그네를 타고 발을 굴려 담 너머 씨름판을 넘겨다봤고, 사내들은 씨름을 하면서 담 안에서 솟아오르는 여인네들을 흘끗거렸다.
요즘은 그네놀이와 씨름은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고 부채도 소용없어졌다. 집은 물론 사무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에도 에어컨이 펑펑 돌아가니 말이다. 다만 갈증을 풀어주고 몸에도 좋다는 제호탕은 만들어볼만 하겠다. 제호탕은 단오에 임금이 70세 이상의 원로들로 구성된 기로소에 내렸던 한방차라니 좋지 않겠는가.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한방비만체형클리닉 조재흥 교수는 “제호탕의 효능은 동의보감에도 나온다”면서 “더위를 풀어주고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마른 것을 그치게 해주며, 위를 튼튼하게 하고 장의 기능을 조절하여 설사를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날씨가 더워지면 인스턴트 음료를 많이 마시게 된다. 처음 마실 때는 시원하지만 갈증을 풀어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지 않다. 조 교수는 제호탕과 함께 총명탕차, 당귀창포차를 만들어 한여름 마셔보라고 권했다.
여름철은 수험생들이 체력이 떨어지면서 공부에 집중하기 힘든 계절이다. ‘잠을 잤는데도 계속 피곤하고 눈이 저절로 감긴다’ ‘식곤증이 심해졌다’ 이런 호소를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조 교수는 “총명탕차는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머리를 맑게 해주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수험생이나 몸과 마음이 무거운 사람에게 좋다”고 말했다.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수시로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여성들은 찬 음식과 음료수를 과다하게 섭취하다 보면 몸이 차가워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 교수는 “기를 보하는 것에만 치우치다 정작 여성에게 보다 중요한 보혈을 소홀히 하게 되는 계절”이라면서 “몸이 냉해지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생리불순이나 어지럼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당귀창포차는 바로 이런 때 도움을 주는 한방차다. 따뜻하게 데워 먹는 것이 좋아 한여름 먹기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비만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니 이번 여름 한번 마셔보자. 창포 대신 쑥이나 익모초를 넣어도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국생약재협회 홈페이지( http://www.koreaherb.or.kr)에선 서울 경동시장 등 전국의 한약재 시장을 안내해주고 있다. 또 요즘은 인터넷 한약재 시장도 여러 군데 개설돼 있어 재료는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글=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사진=호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