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교회 개척기] “니가 해? 내가 하지!” 3번의 음성… 교만했던 35년전 그때
입력 2010-06-11 17:16
정필도 목사(부산 수영로교회)
부산에서 수영로교회를 개척한 지 올해로 35년이 됐다. 서울토박이였던 나는 1975년 4월 공군 군목 전역을 앞두고 목회지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청빙이 들어오는 곳을 주님의 뜻으로 알고 순종하기로 했다. 뜻밖에 한 장로님이 부산에서 개척을 하자고 찾아왔다. 적잖이 당황했지만 ‘부산의 양들을 두고 어디 가려느냐?’는 분명한 응답을 받고 생면부지의 부산에서 개척하기로 했다.
수영로터리에 교회 건물을 완공하기 전 건물 옆에 임시 예배당을 만들고 입당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어디서 왔는지 170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주로 청년이었던 그들은 자발적으로 교회에서 기도운동을 일으켰다. 주일 오후에는 해운대와 광안리, 남포동과 서면 등으로 전도를 하러 나갔다. 이렇게 청년들이 교회의 중심이 되다 보니 활기가 넘치고 사람들이 더욱 몰려오기 시작했다.
몇 년 안 되어 500명이 들어가는 예배당은 가득 차게 됐다. ‘이렇게 부흥하면 부산에서 가장 큰 교회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그런데 그 주 수요일 예배였다.
반주자와 아내, 그리고 몇 명의 아이들만 있을 뿐 어른 성도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큰 위기감을 느낀 나는 그날 저녁부터 기도하기 시작했다. “주님, 제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응답받을 때까지 기도를 멈출 수 없었다. 그 다음날 기도하던 중 주님께서는 나를 강하게 책망하셨다. “니가 해? 내가 하지!” “니가 해? 내가 하지!” “니가 해? 내가 하지!” 이렇게 세 번이나 말씀하시는 거였다.
그때야 나는 교회가 이렇게 부흥한 것이 내가 설교를 잘하거나 목양을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주님께 무조건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했다. “주님, 잘못했습니다. 저는 제가 하는 줄 알았습니다. 주님이 하신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수영로교회는 내가 세웠다. 내가 사람들을 불러모아줬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때 이후 나는 기도할 때마다 “주님이 당회장입니다. 저는 그저 교육전도사처럼 충성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교회에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길 때면 “주님이 당회장이시니 잘 해결하셔야 합니다. 잘못되면 주님 망신입니다”라고 기도한다.
이후로 목회는 주님께서 어떻게 하시는가를 그저 목도하는 나날이었다. 그때의 깨달음은 지금까지 부흥하는 목회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