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2차발사 실패] 70km 상공서 ‘꽝’… 1단 액체 엔진 과열 원인인듯

입력 2010-06-11 01:14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고도 70㎞ 상공에서 폭발로 추락함에 따라 대한민국의 우주시대를 향한 꿈이 또다시 좌절됐다. 그동안 수차례 연기되고 다시 발사 일정을 잡는 우여곡절 끝에 발사한 만큼 성공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컸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발사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물론 8년여 동안 연구와 개발에 매진해온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나로우주센터 연구원들의 표정도 아쉬움과 실망으로 가득했다. 이제 남은 건 사고원인 규명이다.

◇1단 로켓 엔진 과열 원인 추정=현재 나로호 폭발의 원인은 1단 발사체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로호는 발사된 지 137초 시점에서 폭발했다. 이 시점은 나로호 1단 엔진의 연소 구간에 해당된다. 우주 로켓 전문가들은 나로호가 발사 144초 시점에서 최대 추력을 내는데, 바로 직전에 폭발한 것으로 봐서 1단 액체 엔진이 과열돼 폭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발사 직후부터 이상 징후가 보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 대학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발사됐을 때 엔진의 노즐 쪽에서 화염이 좀 불안정한 게 보였다. 노즐 쪽에서 화염이 나와야 하는데, 노즐 바깥에서도 화염이 비쳤다”고 말했다.

◇로켓 실패 60~70%는 추진 시스템 이상=나로호는 1단 액체 엔진과 2단 킥모터(고체 모터)로 구성된 2단형 발사체로, 문제가 된 1단은 러시아에서 개발한 것을 도입했고 2단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했다. 1단 발사체는 170t급 추력을 갖추고 있으며 연료는 등유를 사용한다. 산화제는 액체 산소를 이용하고 공급 시스템은 터보 펌프 방식으로 이뤄졌다. 1단 발사체 액체 추진 기관의 특성은 액체 상태의 연료 및 산화제를 연소실로 각각 분사한 후 혼합시켜 연소하는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로켓 발사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엔진, 추력기, 연소실, 점화 장치 등으로 구성된 추진 시스템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발사한 로켓들의 실패 원인 60∼70%도 추진 시스템 이상 때문에 발생했다. 추진 시스템 중에서도 ‘터보 펌프’가 사고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터보 펌프는 연료인 케로신(등유)과 산화제인 액체산소를 연소실에 뿜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기능에 이상이 생길 경우 연소 불안정 현상을 유발시켜 단순한 발사 실패에서 극단적으로는 폭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주 발사체 엔진은 100∼200기압 상태에서 운영되는데 터보 펌프에 문제가 생겨 압력이 높아지면 폭발이 일어나고, 압력이 낮아지면 추력이 떨어지면서 로켓이 추락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실패의 또 다른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은 배관 균열이다. 발사할 당시 진동이나 충격으로 연료 배관 등 연결 부위에 균열이 생겨 폭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항공우주전문가는 “우주발사체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부품들은 지상에서 반복 실험을 거쳐 안전성을 확보하지만 실제 발사하지 않으면 관찰할 수 없는 배관 손상은 미리 대처하기 어렵다”며 “특히 발사순간에 생기는 엄청난 추력으로 인해 추진제와 연결된 배관에 틈이 생겨 누출사고가 생기면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로호 발사 실패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술진들이 로켓을 회수해 정밀 점검을 해야 한다. 이 정밀 분석에는 1주일 이상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흥=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