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2차발사 실패] 이상징후 있었는데 왜?… “뭐가 그리 급했나”

입력 2010-06-11 01:20


나로호 2차 발사가 실패로 끝나면서 무리한 발사 강행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전기 신호 오류로 인한 기립 지연, 소방장비 오작동 등의 문제가 잇따라 불거져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음에도 충분한 점검 없이 발사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점검할 시간 충분했나=지난 7일 나로호는 발사대와 연결 후 전기적 점검을 하던 중 첫 번째 이상이 발생했다. 나로호 1단 지상관측시스템 연결 부위에서 일부 전기신호가 불안정한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이 사고로 나로호는 기립이 5시간 가까이 지연되면서 정부는 발사가 연기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발사대 현장 관계자들과 자료 분석 작업반의 시차로 인해 벌어진 단순 착오였다”며 발사 작업을 진행했다.

전날에도 나로호는 전기 신호 오류로 소화장비가 오작동하면서 발사가 중지됐다. 이에 따라 나로호 기립 작업에서 불거진 문제가 소화장비 오작동과 연계됐을 가능성도 일부에서 제기됐다.

더구나 소화장치는 발사체가 지상에서 이륙하기 위해 내뿜는 3000도의 화염으로 화재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설치됐다. 이 설비는 발사대 시스템에 의해 제어되는 것이 아니라 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작동한다. 때문에 소화용액을 뿜어야 할 상황에서 설비 오작동이 발생하면 자칫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세부 정밀 검사가 요구됐다.

연일 이어진 밤샘 작업으로 연구원의 피로도가 누적돼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수차례 지적돼 왔다. 실제 연구진은 7일 저녁 발사체를 세우는 작업이 5시간 이상 지연된 뒤 밤샘 작업을 해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8일 리허설을 진행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왜 강행했나=교육과학기술부와 항우연은 이날 소화장치 오작동 문제가 예상보다 빨리 해결됐다며 발사를 강행했다. 이는 기상 조건 등을 감안할 때 10일을 넘길 경우 장기간 재발사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우주발사는 지상의 평균 풍속이 초속 15m,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21m 이상이면 발사할 수 없다. 또 지상 30㎞ 고도에서 초속 100m 강풍이 불거나 비행궤적 주변 20㎞ 이내에 낙뢰가 있어도 발사가 불가능하다. 기온 25도 기준으로 습도 98%이하, 발사장 및 인근 50㎞ 이내 강수가 없어야 하는 등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도 만족해야 한다. 발사 성공을 위해서는 하늘이 허락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10일 이후 기상조건이었다. 발사 장소인 전남 고흥군 일대는 11일부터 비가 예보돼 있다. 그 이후로도 비구름의 영향으로 흐릴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일본 장마의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도 크다. 이후에는 우리나라에 장마와 태풍이 찾아와 상당기간 발사일을 결정하기 어렵게 된다. 즉 10일이 사실상 단기간에 재발사할 수 있는 유일한 날짜인 셈이다. 항우연 이주진 원장은 “기상청 예보와 기상조건을 고려해 발사 전까지 실시간으로 기상 조건의 적합성을 판단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정한 예비 발사일 기한(19일)도 항우연 발사를 서두르게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예비 발사일은 발사체와 항공기의 안전을 위해 민간항공기구, 국제해사기구 등의 국제기구와 관련국에 정부가 통보한 발사일이다. 이 기간 발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는 국제기구 등과 다시 발사일을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