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폭행범이 학교 휘젓고 다니는 나라

입력 2010-06-10 19:06

여중생 납치살해범 김길태의 결심공판이 이뤄지던 9일 오전, 김수철이라는 작자가 또다시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렀다. 서울 영등포의 한 초등학교에서 여덟 살짜리 어린 학생을 집으로 끌고 가 무참하게 성폭행한 것이다. 교육감 선거 이후 어수선한 와중에 제2의 조두순 사건이 생기고 말았다.

이 사건은 여러 면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먼저 범행이 대낮의 학교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술 취한 범인은 오전 9∼10시 재량수업일의 한가한 학교에 들어가 방과후 수업을 위해 교실로 향하던 학생을 문구용 칼로 위협한 뒤 480m 떨어진 집으로 데려가 수차례 유린했다. 학교마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2001년부터 학교공원화사업이 시작됐고, 이로 인해 외부인의 학교 출입이 자유로워진 탓도 있지만 그렇다고 학교개방 자체가 범죄의 원인은 아니다. 오히려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학교 문만 활짝 열어놓은 것이 문제다. 학교가 안전하지 않다면 도대체 아이를 어디에 맡긴단 말인가. 교육자들의 맹성을 촉구한다.

상습 성범죄의 전형인 김수철이 경찰의 관리대상에서 빠져 있었던 것도 문제다. 김은 1987년 가정집에 침입해 남편을 묶은 뒤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파렴치범이다. 절도 폭력 등 12차례 전과에다 정신병을 앓은 전력도 있다. 그런데도 15년 만기 출소 후 감시망에서 벗어나 이런 만행을 또다시 저질렀다. 지난 2월 김길태 사건 이후 성범죄 전력자에 대한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겠다는 경찰 대책조차 허점 투성이로 드러났다.

학교가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나라의 수치다.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서 낯을 들 수가 없다. 재범률이 높은 아동성폭행 범죄자에 대해 화학적 거세 등 특단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조두순과 김길태로도 모자라 김수철 사건까지 보아야 하는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다. 교육당국도 무상급식이니 뭐니 국민세금으로 유세 부릴 것이 아니라 학교를 안전지대로 만드는 데 교육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