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모범생’ 핀란드, 더블딥에 빠졌다

입력 2010-06-10 18:51

유로존의 모범생인 핀란드가 지난해 3분기 반짝 회복 이후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더블딥에 빠졌다. 더블딥은 침체 뒤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으로 장기 불황의 신호로 해석된다.

핀란드 통계청은 9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8%, 지난해 4분기 대비 0.4% 각각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핀란드는 지난해 4분기에도 GDP가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해 2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핀란드는 2008년 하반기부터 1920년대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0.5% 성장해 약한 회복세를 보였다.

핀란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국가 중 룩셈부르크와 함께 유럽연합(EU)의 재정적자 제한 규정(GDP의 3% 이내)을 지키고 있는 국가다. 부채율도 44%로 EU가 상한선으로 정한 60%에 크게 못 미친다. 이렇게 경제체질이 튼튼한데도 지난 겨울 유럽에 몰아닥친 한파와 수출 감소로 다시 하락세에 빠진 것이다.

더블딥이 핀란드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세계은행(WB)은 같은 날 발표한 ‘2010년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더블딥 가능성을 경고했다. WB는 “유럽에서 지난 5월 발생한 재정위기로 단기간 경제 성장을 전망하기 어려워지면서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성장이 늦어지고 몇몇 국가에선 더블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리스에서 촉발된 재정위기가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으로 확산되면 개발도상국도 수출에 타격을 입어 세계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B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적절한 정책을 취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이라며 “더블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U는 이달 27개국 정상회담을 열고 역내 경제개혁 방안 등을 협의한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유로존만이 아닌 EU 전체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스의 기오르고스 파파콘스탄티누 재무장관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올 들어 5월까지 세금 수입이 8% 늘었고, 세출은 1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면서 “채무 불이행이나 유로존 탈퇴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