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사생활 낱낱이 엿보고… 개인정보 마구 빼간다
입력 2010-06-10 18:56
영국의 매트 그리피스(27)는 구글 ‘스트리트뷰(Street View·실사 입체영상 지도)’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집을 구하기 위해 스트리트뷰로 잉글랜드 웨스트미들랜즈의 웜본 지역 주택들을 살펴보던 중 주택가 앞 잔디밭에서 남녀 한 쌍이 진하게 키스하는 장면을 본 것이다.
그리피스는 “대담하게 대낮에 거리에서 뒹구는 남녀 모습을 접하곤 깜짝 놀랐다”며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개인정보 수집이 문제=스트리트뷰는 지도에 사람의 눈높이에 맞는 360도 사진을 더해 이용자가 거리를 걸으면서 보는 듯한 효과를 준다. 특수 카메라를 장착한 스트리트뷰 차량이 곳곳을 촬영했다. 이 과정에서 사생활은 그대로 노출됐다. 지난 3월 대만에선 여성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알몸으로 서있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스트리트뷰의 사생활 침해 혐의를 받고 있는 구글은 최근 “암호 등 보안체제를 갖추지 않은 무선 인터넷 와이파이(WiFi) 네트워크에서 개인 데이터 정보까지 수집했다”고 시인하면서 더욱 의심받고 있다. 앨런 유스타스 구글 엔지니어링·연구담당 수석부사장은 지난달 14일 블로그에 “실수다”며 “구글의 어떤 서비스에도 이 정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구글은 수집한 자료들이 어떤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스트리트뷰를 서비스하고 있는 전 세계 30여개국에서 개인의 이메일 내용과 은행계좌 정보망 등이 수집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도 연내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지난해 10월부터 촬영에 들어갔고, 일부 개인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IT 전문지 시넷은 우연히 정보를 얻었다는 구글의 해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른 많은 기업은 개인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도 이 같은 작업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각국 서비스 제한 분위기=독일에선 ‘인건비 명세’ 등 사적 데이터까지 수집한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일제 아이그너 독일 농업·소비자부 장관은 구글의 3차원 지도 서비스를 막기 위해 “법적 조치와 법률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호주도 사생활 침해와 관련,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스트리트뷰 서비스 준비 작업을 하면서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했다는 주장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현지 일간 뉴질랜드헤럴드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캐나다 정부도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비공식 조사를 시작한 상태다.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는 구글에 수집한 개인 정보를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