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정동으로 이사하며 일자리 배려… 비정규직 미화원과 ‘아름다운 동행’

입력 2010-06-10 18:49


10일 서울 영등포2가 대영빌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물에서는 이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서류와 간행물을 정리한 수백개의 박스가 1층 회의실 통로에 쌓여 있었다. 앰프와 난로, 천막과 이불 등이 꺼내진 창고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직원들은 사무용품과 집회용품을 정리해 박스에 담고 봉했다. 민주노총은 1999년부터 둥지를 틀었던 영등포를 떠나 1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사옥으로 이사한다고 밝혔다.

빌딩 1층과 2층을 바삐 오가며 쓰레기를 줍던 미화원 정임순(61·여)씨는 “나도 데려가 일하게 해 줘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민주노총은 정동으로 이사하면서 청소를 해 주던 정씨를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정씨는 다음달 1일부터 정동으로 출근해 민주노총을 계속 돕게 됐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우리를 돌봐 주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터를 잃게 될까봐 경향신문사 건물주에게 부탁해 계속 출근하시게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일자리를 잃어버릴까봐 걱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딸과 손자 넷과 함께 사는 정씨는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보태야 한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일을 쉬지 않았다. 분식집에서 일했고, 미싱 일을 했고, 지난해 8월부터는 민주노총 건물에서 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

정씨는 “노동자를 위해 힘쓰는 곳을 일터로 삼다 보니 문득 문득 배려를 느껴 고마운 적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민주노총의 한 직원은 ‘종이와 쓰레기를 분리해 내놓읍시다’라고 글을 적어 로비 쓰레기통 위에 붙여 두기도 했다. 정씨는 “신림동에 살아서 출근길이 좀 멀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고마워하며 즐겁게 일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