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조두순’ 김수철 범행 재구성·구멍난 안전망… 술마시면 욕구 자제 못해

입력 2010-06-10 22:19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초등학교 2학년 여아를 납치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김수철(45)은 반사회적 성격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는 사이코패스로 밝혀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0일 “김수철이 2009년 출소한 뒤 성격장애 때문에 정신병원에서 상담과 약물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수철은 경찰 조사에서 “맥주를 마시면 성적 욕구가 일어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철은 7일 오전 영등포역 근처 인력시장에 나갔다가 일거리를 구하지 못하고 동료들과 함께 캔맥주 1개를 마셨다. 김수철은 동료들과 헤어진 뒤 혼자서 식당에 들어가 소주 1병과 맥주 2병을 더 마셨고, 집으로 귀가하다가 근처 초등학교에서 A양(8)을 납치했다. 김수철이 정문을 통해 학교에 들어온 시각은 오전 9시1분이었다. 김수철은 후문에서 등교해 운동장을 가로질러 걷는 A양을 발견하고 “이야기를 좀 하자”며 등나무벤치로 데려갔다. 김수철은 A양에게 예리한 흉기를 들이대며 겁을 줬고, 어깨를 감싼 채 정문을 빠져나와 지난해 12월부터 살고 있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경찰 관계자는 “김수철이 학교를 빠져나갈 때 아버지처럼 A양의 어깨를 감쌌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도 인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학교에서 김수철의 집까지 직선거리는 680m, 걸어서는 13∼15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A양 부모는 학교 후문까지 A양을 바래다줬지만 A양이 2∼3분쯤 걸어 교실로 들어가는 모습은 끝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A양은 방과후 수업에 결석했지만, 자율수업 형식이었기 때문에 결석하는 아이들이 많아 눈에 띄지 않았다.

A양이 김수철의 집에서 빠져 나온 것은 낮 12시30분쯤이었다. 김수철이 강제로 끌고 나갔던 정문을 통해 학교로 들어왔다. A양은 후문으로 나가 집으로 향했다가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A양은 오후 2시30분쯤 학교 후문 근처 화단에서 어머니와 경찰에게 발견됐다.

김수철은 A양을 성폭행한 뒤 잠에 곯아떨어졌다가 일어나 사우나에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 안에 흐른 A양의 피를 닦은 뒤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오후 3시50분쯤 사우나에 갔다. 경찰에 따르면 김수철은 이때 ‘도망을 칠까’ 하고 고민했다. 사우나를 마치고 돌아온 김수철은 오후 7시10분쯤 집 근처에서 경찰과 맞닥뜨렸고, 흉기를 휘두르며 골목길로 도망치다 붙잡혔다.

김수철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를 잃고 부산에 있는 고아원에서 3년간 지냈다. 경찰은 “김수철이 ‘고아원에서 지내는 동안 동료(남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수철은 중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와 범죄의 길로 빠졌다. 18세쯤 공장에서 함께 일하던 여직원으로부터 “얼굴에 주근깨가 너무 많아 싫다”는 말을 듣고, 여성에 대한 열등감도 느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수철의 범행 과정과 동기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가장 무겁게 처벌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수철의 얼굴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인근 학교와 학부모들은 황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학교에서는 등하굣길 주의를 당부하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하교 시간에는 학부모들이 몰려와 서둘러 아이들을 데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서울 문래동 영등포초등학교의 경우 인근 문래지구대에서 경찰 3명이 나와 이 학교 배움터지킴이와 함께 운동장과 담장 주변 등을 순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