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중간감사] 천안함 ‘어뢰 피격 판단’ 보고 상급기관 전달 안돼
입력 2010-06-10 21:50
감사원의 중간감사 결과 발표로 천안함 사건 당시 군의 총체적 부실 대응이 여실히 드러났다. ‘어뢰 피격으로 판단된다’는 천안함의 보고를 상급 기관에 제대로 전달조차 하지 않았고, 사고 발생 시간을 임의로 조작하기도 했다. 46명의 천안함 용사들이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대장부터 중령까지 계급 고하를 막론하고 대응태세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 밝혀져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북 잠수정 정보도 무시=합동참모본부(합참),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 해군 2함대사령부(2함대사)는 지난해 11월 전술토의 등을 가졌다. 군 당국은 북한이 기존 침투 방식과 달리 잠수정을 이용해 서북해역에서 우리 함정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이미 예상했다. 특히 2함대사는 천안함 사건 며칠 전부터 북 잠수정 관련 정보를 전달받았지만 백령도 근해에 잠수함 대응 능력이 부족한 천안함을 배치하는 우를 범했다.
군 당국은 청와대 위기상황센터로부터 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파 자료를 건네받고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천안함과 속초함의 현장 보고 묵살=민·군 합동조사단이 밝힌 천안함 사고 발생 시간은 3월 26일 오후 9시22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 발생 31분 후인 9시53분 천안함은 2함대사에 ‘어뢰 피격으로 판단’이라는 보고를 다급하게 올렸다. 하지만 2함대사는 합참·해작사 등 상급 기관에 이 사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새떼’ 부분에 대한 보고지침 위반 사실도 드러났다. 사고 지점에 급파된 속초함은 당일 오후 10시55분쯤 미확인 물체를 발견, 11시1분부터 격파사격을 전개했다. 속초함은 추격, 발포한 해상 표적물의 실체에 대해 ‘북 신형 반잠수정으로 판단된다’고 2함대사에 보고했다. 그러나 2함대사는 상부에 ‘새떼’로 보고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는 최초 상황보고를 중간부대가 추정·가감하는 것을 금지한 지침에 위배되는 행위다.
속초함장은 감사 과정에서 새떼로 최종보고 했지만 발포 목표 물체가 반잠수정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열상감시장비(TOD) 등을 통해 정밀 조사했으나 그 물체가 무엇이었는지는 결론내리기 힘들다고 밝혔다.
◇늑장 보고에 시간 조작까지=천안함은 사건 발생 6분 후인 오후 9시28분 2함대사에 상황을 보고했다. 그러나 2함대사는 합참에 9시45분에야 이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2함대사의 보고를 받은 합참 역시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늑장을 부리기는 마찬가지였다. 합참이 합참의장에게 보고한 것은 오후 10시11분이었고, 국방장관에게 보고된 시점은 오후 10시14분이었다.
합참은 또 해작사로부터 보고받은 사건 발생 시간을 임의로 오후 9시45분으로 고치고, 폭발음 청취 등 외부 공격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삭제한 채 국방장관에게 보고했다.
군 당국은 사고 3분 이후부터 TOD 동영상이 녹화돼 있는 점을 알면서도 13분 이후의 영상만 편집해 공개함으로써 국민 불신을 자초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방부와 합참 등은 위기상황 시 관계 규정에 따라 위기관리반을 소집해야 하는데도 소집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위기관리반을 소집한 것처럼 국방장관 등에게 허위보고 하기도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상의 합참의장이 사고 다음날인 27일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열렸을 때 지휘통제실을 지켜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