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이냐 후퇴냐 鄭의 승부수는?… 與 인적쇄신 소용돌이 중심서 ‘진퇴양난’

입력 2010-06-10 18:44


정운찬 국무총리가 여권 내 인적쇄신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우군보다는 견제세력이 더 많고, 복잡한 물밑 파워게임도 벌어지는 양상이다.



정 총리의 국정쇄신론 건의는 일단 불발에 그쳤다. 그러나 정 총리는 6·2 지방선거 결과로 나타난 민심수습 방안에 대한 ‘소신’은 그대로라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정 총리는 10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에 쇄신을 요구할 계획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신문을 안 봐서 모르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정 총리가 한번 결심한 것에 대해서는 쉽게 접지 않는다”고 했다. 총리실 관계자도 “총리께서는 마음을 비운 상태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총리로서 역할과 직분에 충실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정 총리의 이후 선택에 따라 한나라당 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국정쇄신론에 탄력이 붙을 수도, 미풍에 그칠 수도 있다. 상황은 복잡하다. 우선 정 총리에 대한 견제론이 확산될 가능성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국정 후반기 운영방안에 대한 장고에 돌입한 상태다. 때문에 정 총리의 문제제기가 대통령에 대한 압박으로 비춰지는 측면이 있다. 청와대 참모진과 여권 내 주류 그룹이 정 총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정 총리와 한나라당 내 쇄신파가 힘을 합칠 경우 친(親)박근혜계와 다른 대선 잠재그룹의 견제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국정쇄신론을 접을 경우 존재감이 희석된다. 진퇴양난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이 대통령의 선택이다. 현재 이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놓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여러 그룹들로부터 국정쇄신 방안에 대해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이 인적쇄신을 결심할 경우 시기가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경고신호가 왜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시스템적 문제, 인적쇄신을 할 경우 어느 자리를 교체해야 하며, 누구를 후임으로 써야 할지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인적쇄신을 하더라도 6월은 사실상 힘든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온다.

여기에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생각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듯하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에서는 세종시와 4대강 분리대응 및 속도조절론이 탄력을 받고 있지만 정작 이 대통령은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특히 한나라당 내 쇄신 논의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국정쇄신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