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감동’ 열쇠는 서비스였다… 롯데百 숍 매니저, 日유통업체 연수 동행 취재

입력 2010-06-10 21:36


“상품을 팔기 전에 서비스를 팔아라.” “고객의 지갑을 열기 전에 마음을 열어라.”

지난 7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미쓰코시백화점. 롯데백화점 숍 매니저 60명이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2박3일간 일본에 머물면서 백화점과 쇼핑몰, 아웃렛 등 유통업체를 둘러봤다. 매장구성에서부터 상품 진열, 판매직원의 태도 등을 꼼꼼하게 체크해 A4용지 두세 장 분량의 보고서도 냈다. 이들이 일본을 찾은 이유는 하나, ‘어떻게 하면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다.

숍 매니저들은 1시간 30분가량 미쓰코시백화점을 둘러봤다. 백화점은 가을 재개장을 앞두고 매장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직원들의 무신경함이 더해져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분당점 ‘닥스골프’ 이성경 숍 매니저는 “10년 전 미쓰코시백화점에 왔을 땐 매장 구성과 직원 서비스가 우리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한참 앞서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보니 정반대”라며 “직원들은 생기가 없고 손님이 매장에 들러도 적극 응대하지 않아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청량리점 홍윤희씨는 “전체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둘째 날 들른 신주쿠 이세탄백화점에 대한 평가는 후했다. 숍 매니저들은 상품 구성과 직원들의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광주점 윤금자씨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무신경한 듯 관심을 두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세심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부산본점 갤러리어클락 김미경 숍 매니저는 “물건을 사지 않고 뒤돌아나갈 때 들려오는 인사에 진심이 담겨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서비스의 기초는 인사인데 그동안 기계적으로만 고객을 응대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의 남성관에 대해선 숍 매니저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윤씨는 “남성 눈높이에 맞춰 매장 진열대를 높게 한 점이나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잘 차려입은 남성 판매사원의 뛰어난 패션감각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내 백화점도 구매에 소극적인 남성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해아웃렛점 폴로 최은주 숍 매니저는 “나를 알아주는 매장과, 많은 고객 중 하나로 취급하는 매장을 비교할 때 손님이 어느 곳을 찾을지는 자명하다”며 “고객에게 성심성의를 다해 감동을 주고 단골을 넘어 고정 고객을 확보하는 서비스를 한국에 가서 꼭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숍 매니저 일본 연수는 이철우 사장이 특별 지시한 프로그램이다. 롯데는 지난해 외부 전문가에게 ‘롯데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처방의 핵심은 ‘서비스’였다. 그중에서도 현장에서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판매사원들의 서비스 마인드 향상이 우선과제로 꼽혔다.

이 사장은 ‘고객과 만나는 가장 중요한 접점은 세련된 매장이나 화려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라 사람’이란 확고한 소신을 갖고 매주 한두 차례 점포를 방문해 숍 매니저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이 사장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더 이상 상품만으로 차별화되기는 어렵다”며 “고객을 감동시키고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