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1단 연소 구간 비행 중 폭발”

입력 2010-06-10 22:27


이륙 2분여만에 통신 두절… 2차 발사도 실패

러시아측서 개발한 로켓에 문제 있는 듯

한·러 공동 조사단 구성… 책임 논란 불가피


우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우주개발의 꿈이 또다시 무너졌다.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10일 오후 5시1분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정상 발사됐으나 비행 2분여 만에 폭발해 지상과 통신이 두절됐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날 공식 브리핑을 통해 “나로호는 발사후 137.19초까지는 정상적으로 비행했지만 이후 고도 70㎞ 지점에서 지상 추적소와의 통신이 끊겼다”면서 “나로호 상단에 탑재된 카메라 영상이 밝아지는 것을 볼 때 나로호는 1단 연소 구간에서 비행 중 폭발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나로호 폭발 추정 시점은 1차 발사 실패의 원인이었던 페어링 분리 시간(발사후 229초)에 훨씬 못 미쳤다.

나로호 잔해의 낙하 지점은 북위 약 30도 동경 약 128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 지점은 제주도 남단 방향으로 외나로도로부터 약 470㎞ 지점의 공해상으로 확인되고 있다.

안 장관은 “현재 한·러 연구진이 나로호의 세부 비행 상태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으며 한·러 공동 조사단을 구성해 원인 규명을 본격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라면서 “기술적 논의의 결과를 도출하려면 앞으로도 2∼3차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는 대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3차 발사를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부는 오늘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겠다”며 “우주를 향한 우리의 도전을 멈추지 않고 우주강국의 꿈을 이뤄내는 그날까지 더욱더 분발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이번 나로호 폭발은 러시아 측이 개발해 제공한 1단 로켓의 문제로 발생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정부의 분석은 탑재위성의 목표궤도 진입이란 나로호 발사 임무 실패를 분명히 함은 물론이고 그 책임도 사실상 러시아 측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 측이 곧바로 이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과 러시아 간 나로호 개발 관련 계약상으로는 발사체 임무 실패 시 러시아 측은 나로호 1단을 추가 제공, 3차 발사를 진행토록 하고 있지만 책임 부분에 있어서는 양국 간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로호는 이번 2차 발사를 앞두고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앞서 7일 오전 발사대로 이송되고 발사대 케이블마스트와 연결한 후 연결부위에 대한 전기적 점검 과정 중 1단 지상관측시스템(GMS)과의 연결 커넥터에서 일부 전기신호가 불안정한 현상이 발견돼 기립이 지연된 바 있다. 또 9일 2차 발사 첫 시도에서 발사 3시간여를 남겨둔 시점에서 발사대 소화장치의 오작동으로 인해 발사운용 절차가 중단됐다. 정확한 조사 없이 너무 성급하게 발사를 강행해 사고를 불러 일으켰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나로호 2차 발사 실패와 관련해 “좌절하지 말고 2전 3기의 자세로 다음 도전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청와대 측이 전했다.

고흥=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