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기조 ‘경기회복’서 ‘물가안정’으로… 한은, 기준금리 16개월째 동결

입력 2010-06-10 18:14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키워드가 ‘경기회복’에서 ‘물가안정’으로 변했다. 한은은 10일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이 문구를 1년여 만에 처음 사용했을 뿐 아니라 김중수 총재도 “물가안정”을 반복해 강조했다. 물가안정을 위해 조만간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그 시기는 이르면 8월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어 연 2.0%인 기준금리를 16개월째 동결했다. 기준금리를 동결한 최대 요인은 국내외 금융시장을 뒤흔든 그리스와 헝가리 등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로 보인다.

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하반기에 물가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며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물가안정의 기조 위에서 견조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통화정책은 결코 실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도 했다. 경기회복세로 소비가 늘어나고 하반기에 공공요금도 인상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할 때 금리인상 시기가 가까이 다가왔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의 방향 전환은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도 뚜렷했다. 무엇보다 ‘경기회복세’란 단어가 사라졌다. 대신 ‘경기상승세’가 사용됐다. 금통위가 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됐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물가안정 기조’라는 표현도 새로 등장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제 금리인상 시기 선택만 남았다고 분석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금통위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발표되는 7월 말 이후, 즉 8월이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3%를 넘어설 가능성이 큰 10월쯤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최석원 채권분석파트장은 “올 여름 집중되는 남유럽 국가들의 채권 만기 도래가 무사히 넘어간다면 8∼9월 인상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구제금융 지원 방안의 진행 추이를 보면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브라질과 뉴질랜드는 이날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9.5%에서 10.25%로 0.75% 포인트 인상했고,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기존 2.5%에서 0.25% 포인트 높여 2.75%로 인상했다. 뉴질랜드의 기준금리가 오른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