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중 기자의 아프리카 다이어리①] 3년간 축구단 30개 만들고 어린이들에겐 ‘꿈의 구장’

입력 2010-06-10 18:03


홍명보 스승 ‘기아대책’ 임흥세 선교사

학교 담장은 철조망이다. 슬레이트 지붕에 시멘트 벽돌로 간신히 외관을 갖춘 건물이 서너 동 있다. 교실마다 유리창은 깨졌고 페인트는 벗겨졌다.

어떤 교실에는 책상은 없고 의자만 몇 개 보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 빈민지역의 이퀴지레템바 초등학교는 아프리카 흑인 동네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학교라 부르기 민망할 몰골이다.

1983년 설립 이후 1500명이 공부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359명뿐이다. 교사 11명이 가르친다.

기아대책 ‘축구선교사’ 임흥세(사진)씨는 2008년 프리토리아 교육청에서 이 학교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명색이 공립학교인데 교육청에서 요금을 내지 않아 전기와 수도가 끊겨 있었다. 밀린 전기요금만 4500만원. 주민들이 다 떼어가서 화장실에는 변기조차 없었다.

정부도 포기한 학교가 그의 손에서 이나마 살아났는데 이제 기적처럼 천연잔디 축구장이 생겼다. 9일 오전 개장식에는 닥터 그웬 프리토리아 시장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홍명보 홍명보장학재단 이사장, 조중현 대한축구협회장 등이 자리를 같이했다.

잔디구장의 이름 ‘드림 스타디움’은 과장이 아니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던 소년에게 물었더니 “Football is my life(축구는 제 인생이에요)”라고 한다. 임씨는 “여기 남자 아이 10명 세워놓고 장래희망 물으면 다 축구선수라고 한다. 여기서 축구는 삶의 일부이자 성공의 지렛대”라고 말했다.

홍명보와 김주성을 길러낸 축구 지도자였던 그가 남아공에 온 것은 2007년이다. 프리토리아 인근 흑인 거주지역을 돌며 3년여간 어린이 축구단 30여개를 창단했다. 소년원축구단도, 에이즈축구단도 있다. 그는 축구가 흑인 아이들을 절망과 무기력에서 구출하리라 믿는다. 그러면 10년 뒤, 20년 뒤 이 나라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출발점이 이 잔디구장이다.

프리토리아=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