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학부모들 문맹자 교육 나섰다
입력 2010-06-10 20:59
부산지역 학부모들이 문맹자교육(성인 문해교육)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부산 반여동 삼어초등학교(교장 최선화)는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문맹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한글 사랑방’을 운영,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4월27일 입학식을 가진 한글 사랑방에는 요즘 김금순(78) 할머니 등 어려운 가정형편과 일제강점, 6·25전란 등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할머니 20여명은 요즘 무더위 속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서호숙(45·여)씨 등 4명의 선생님들은 모두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다.
그동안 부산지역에는 사회복지관과 야학, 대안학교 등에서 성인 문해학교가 운영돼 왔으나 공교육 기관에서 성인 문해교실을 연 것은 처음이다. 수업은 유아용교재를 이용해 매주 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매일 2시간씩 6개월간 이뤄진다. 교재비와 간식비, 자원봉사단 최소 지원경비 등 예산은 구청과 교육청 지원금 등으로 충당한다.
삼어초등학교의 한글 사랑방 학생들은 68∼87세의 할머니들이다. 뒤늦게나마 한글을 깨치겠다는 할머니들의 열의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 김 할머니는 울산 웅천 출신으로 어린시절 언양으로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배움의 기회를 놓쳤다. 김 할머니는 “말도 마소. 글 모르는 설움에 사는 것이 기가 막혔구먼. 다 늙어도 학교 다니니 너무 좋다. 진작 이랄 낀데”라며 즐거워했다.
자원봉사자 서씨는 “딸 같은 선생님의 말을 믿어 주고 따라 주니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즐겁고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삼어초등학교 손혜영 교사는 “한글 사랑방을 찾는 할머니들이 무더위 속에서도 열의를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며 “불편한 점이 없도록 학부모 선생님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