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수비수 조직력 허술 나이지리아 포백수비 뚫어라
입력 2010-06-10 21:34
‘예선 최종전 악몽을 깨라.’ 한국의 역대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은 절박한 경우의 수에 매달리는 ‘희망고문’이었거나 앞선 두 경기의 참패를 만회하기 위한 처절한 분풀이에 가까웠다.
◇최종전의 악몽=1무1패 후 이탈리아와의 3차전에서 2대 3패로 조별리그 탈락(1986년 멕시코). 벨기에, 스페인에 2점차 패배에 이어 우루과이와의 3차전에서도 0대 1로 지며 3전 전패(90년 이탈리아). 스페인, 볼리비아와 비겼지만 독일에 2대 3으로 무릎 꿇으며 2무 1패로 아쉽게 탈락(94년 미국). 토고를 상대로 원정 첫 승을 거뒀지만 스위스와의 3차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0대 2로 패해 첫 원정 16강 진출 실패(2006년 독일).
이처럼 조별리그 최종전은 대부분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선전했던 건 멕시코에 2골차, 히딩크의 네덜란드에게 5골차로 대패한 후 절치부심해 유상철이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던 벨기에전 무승부(98년 프랑스)와 박지성의 발리슈팅 결승골로 승리한 2002년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 전 뿐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은 최종전 상대로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를 만난다. 지난 7일 북한과의 평가전에서 3대 1로 승리한 아프리카의 강호. 북한 정대세는 경기 후 나이지리아 선수들을 “야성의 동물과 같다”고 평가했다. 그리스, 아르헨티나 전 결과에 따라 우리 대표팀은 최종전에서 또다시 ‘경우의 수’ 악몽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해결책은 일단 나와 있다. ‘상대 공격수의 개인기를 봉쇄하고 스피드로 수비를 흔들어라.’
◇호화 공격진=94년 미국 월드컵에 처녀 출전했던 나이지리아는 매혹적인 공격 스타일로 명성이 드높다. 아프리카 특유의 강력한 스피드와 유려한 개인기로 상대방을 분쇄했다. 첫 출전에서 16강전에 오른 것을 비롯해 3번의 도전 가운데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유일하다. 이번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서도 9승 3무로 B조 1위를 기록했다. 단 한차례 조별리그를 통과했던 우리 대표팀에게 버거운 상대인 것은 분명하다.
이번 월드컵 명단에는 나이지리아의 호화 공격진이 고스란히 포함됐다. 야전사령관이자 주장인 존 오비 미켈(23·첼시)이 불의의 부상으로 탈락했지만 야쿠부 아이예그베니(28·에버턴), 오바페미 마르틴스(26·볼프스부르크), 피터 오뎀윙기에(29·로코모티브 모스크바), 이케추쿠 우체(26·레알 사라고사) 등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야쿠부는 자타공인 나이지리아의 간판 스트라이커다. 2003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포츠머스로 이적한 후 7년간 208경기에서 77골을 몰아넣었다. 미들스보로에서 에버턴으로 이적한 2007년 시즌에만 16골을 터트릴 정도로 ‘일격필살’을 갖췄다. 북한과의 평가전에서 야쿠부와 더불어 골을 넣었던 마르틴스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한다. 이탈리아 세리에A 소속 강팀인 인터 밀란에서 오래 활약했고 케냐와의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최종전에서 두 골을 몰아넣었다.
◇좌충우돌 수비진= 한국 대표팀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야 할 약점은 바로 나이지리아의 수비진이다. 조직력이 떨어지고 느리다. 수비라인을 책임질 톱클래스의 선수가 없어 아직까지 포백 수비진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야쿠부와 한 팀에서 뛰는 조지프 요보(30·에버턴)와 대니 시투(30·볼턴)가 중앙 수비를 맡고 있지만 안정감이 떨어진다. 북한과의 평가전에서는 수비수끼리 공을 돌리다 북한 정대세에게 가로채기를 당해 허무하게 한 골을 헌납하기까지 했다. 이 경기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은 느리고 무거웠다. 패스에서 잔 실수도 많았다.
우리 대표팀으로서는 기성용과 김정우가 강력하게 중원을 압박해 상대 조직력을 와해시키는 게 급선무다. 박지성과 이청용은 빠른 스피드와 스위칭 플레이로 상대 풀백을 휘저어 미드필더가 침투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상대 공격수의 빠른 발 때문에 이영표와 오범석의 오버래핑이 위험한 만큼 미드필더의 침투 패스 통로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국이 타깃 스트라이커로서 헤딩을 따내고, 박주영이 한 박자 빠른 슈팅으로 나이지리아 골문을 겨냥하게 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