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공수 불균형 노출 아르헨티나 뒷공간을 노리고 메시 완벽하게 봉쇄하는 것이 관건

입력 2010-06-10 22:24


한국의 월드컵 본선 3경기중 오는 17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열리는 아르헨티나전은 가장 어려운 게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스페인 등과 더불어 우승후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에는 ‘마라도나의 재림’이라고 불리는 리오넬 메시(23)가 있기 때문이다.

◇메시 봉쇄 여부에 승패 갈려=메시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 선수다. 스페인 FC 바르셀로나 소속인 메시는 2008∼2009시즌 정규리그 23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9골을 넣으며 바르셀로나가 스페인 축구팀 최초로 트레블(정규리그, 챔피언스리그, 스페인국왕컵 우승)을 달성하는데 앞장섰다. 그는 당시 활약으로 2009년 발롱도르, FIFA 올해의 선수상, 올해의 유럽선수상 등을 휩쓸었다. 1m69의 단신임에도 자유자재로 방향과 속도를 바꾸며 상대 수비수를 농락하는 그의 드리블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마저 “메시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의 나보다 더 낫다”라며 “메시는 이미 세계 최고이고, 다른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메시는 올시즌에도 53경기에 출전해 47골을 넣었고, 리그에서 34골을 넣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에 오르는 등 물오른 득점 감각을 뽐내고 있다. 결국 아르헨티나 공격의 핵인 메시를 막지 못한다면, 한국은 어려운 게임을 펼칠 수밖에 없다.

◇박지성 VS 메시 중원 빅뱅=한국과 아르헨티나전은 서로 포지션이 겹치는 박지성과 메시의 발끝에서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양팀의 전술 특성상 두 선수가 나란히 중앙 미드필더를 맡아 공격을 이끌며 충돌할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한국과의 경기에서 공격에 비중을 둔 4-4-2 전형을 쓸 가능성이 높다. 메시는 중원을 책임지는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은 수비에 치중한 4-2-3-1 전형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중앙에 위치하는 박지성은 메시와, 측면 날개 역할을 맡는 이청용(볼턴)은 카를로스 테베스(맨시티)가 직접 충돌하게 된다.

박지성은 이미 메시와 맞대결을 펼친 경험이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박지성은 2008년 4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와 만나 중앙과 측면을 넘나들며 메시를 완벽히 봉쇄했고, 팀의 1대0 승리에 기여했다. 이청용도 지난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두 차례 테베스와 그라운드에서 만나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메시의 아르헨, 약점은 없나?=메시의 고민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활약이 너무 상반되는 점이다. 소속팀에서는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메시지만 대표팀만 오면 작아진다. 월드컵 남미예선에서도 메시는 18경기를 모두 다 뛰었지만 단 4골 밖에 넣지 못했다. 아르헨티나 언론들조차 “메시는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실망스러운 경기를 한다”며 비판할 정도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밸런스도 문제다. 메시는 물론 이과인, 테베스, 밀리토 등이 이끄는 공격진은 뛰어나지만 디 마리아와 베론 등이 포진한 미드필더진은 무게감이 떨어진다. 수비진도 노쇠화 문제를 겪고 있고, 공수 간격의 문제를 드러내며 뒷공간 허점을 많이 노출하고 있다. 또 유독 고지대에서 약한 면모를 보여 왔던 팀 컬러도 문제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메시는 월드컵에서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그는 최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미 지역 예선이 쉽지 않았던 건 사실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강해지고 단결되었다”면서 “월드컵 본선은 예선과 다른 모습일 것이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한국의 메시 봉쇄 방안은?=메시는 수비수가 1대1로 막을 수 없는 공격수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도 “메시는 혼자 막을 수 있는 선수가 아니므로 협력 수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09∼2010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바르셀로나를 꺾은 인터 밀란(이탈리아)은 효과적인 메시 봉쇄방안을 보여줬다. 당시 인터 밀란은 메시에게 볼이 연결되는 것을 최대한 막으면서, 메시가 볼을 잡을 경우 여러 수비수들이 즉각 공간을 압박해 그가 드리블이나 패스를 펼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결국 메시는 원정과 홈 두 경기 모두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고, 인터 밀란은 결승에 진출해 챔피언의 자리까지 올랐다. 메시 봉쇄방안을 고심 중인 한국팀으로서는 반드시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