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인강 (9) 왼쪽 폐 나으니 오른쪽이… 수술 거부한 채 기도원으로
입력 2010-06-10 20:24
“모든 일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 5:18)
수술이 잘됐지만 서울 신림동 반 지하 방에서 몇 개월 동안 외출을 하지 못했다. 가을 문턱에 닿자 구멍이 났던 폐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바깥세상을 구경하니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때 바라보던 관악캠퍼스 위의 파란 가을 하늘과,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던 찬란한 맑은 햇빛과 공기, 바람을 나는 아직도 느낄 수 있다.
햇살이 그렇게 아름다운 줄을, 나는 미처 몰랐었다. 이 세상에서 감사할 것 중에, 고통 없이 숨쉴 수 있고 마음껏 태양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도 깨달았다.
숨쉬는 일부터 하나님은 나에게 감사하는 법을 배우게 하셨다. 한쪽 폐를 송곳으로 찔러 가슴으로 체득하게 하신 것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나를 더 정화하시기를 원하셨다. 맑은 관악산 자락을 바라보는 일도 몇 주 되지 않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오른쪽 폐에 똑같은 증상의 통증이 나타났다.
다시 병원에 가서 방사선(X-ray) 촬영을 했다. 의사는 같은 병이니 또 수술하자고 했다. 나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나는 의사에게 하나님께 물어 보아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폐가 갑자기 파열돼 심장마비로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으니, 하나님께 나를 향한 뜻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겠다고 병원을 나왔다. 사실이었다. 나는 죽음보다도 왜, 언제까지 이 고통을 참아야 하는지 하나님께 묻고 싶었다. 며칠 밤을 누워서 생각했다. 차라리 일찍 하나님께 가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용히 생을 등질까도 생각해보았다. 나는 처음으로 기도원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어머니와 함께 버스를 타고 한적한 산 속에 있던 기도원에 갔다. 그곳에는 갖가지 병과 삶의 문제를 가진 채 찌들고 짓이겨진 사람들이 마지막 끄나풀을 잡으러 모여 있었다. 그들의 육신과 삶의 고통은 그들에게서 희망도 절망도 지워버려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백지 상태로 만들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한쪽 구석에서 기도하고 있을 때 누군가 부르는 찬송가 소리가 내 가슴을 내리 찍었다. ‘내 모습 이대로 주 받으옵소서’라는 곡이었다. 그 순간 나는 하나님께 자복했다. 내가 얼마나 교만한 자였는가를. 작고 작은 피조물이 나의 육신의 질곡의 고통 때문에 창조주에게 목을 세우고 변론하였던 무례함을 회개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세상적인 얇은 지식으로 나의 존재 이유와 목적에 대해 하나님을 공격하였던 죄를 털어 놓았다. “주께서 무소불능하시오며 무슨 경영이든지 못 이루실 것이 없는 줄 아오니 무지한 말로 이치를 가리우는 자가 누구니이까. 내가 스스로 깨달을 수 없는 일을 말하였고 스스로 알 수 없고 헤아리기 어려운 일을 말하였나이다. 내가 말하겠사오니 주여 들으시고 내가 주께 묻겠사오니 주여 내게 알게 하옵소서.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삽더니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욥 42:2∼5)
토기장이가 만든 토기가 토기장이를 책망했던 교만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다음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하나님께 기도했다. 주의 뜻대로 날 받으시라고. 하루에 6시간을 기도하며 하나님의 빚으심대로 나를 내어 드렸다. 욥이 드렸던 기도를 똑같이 드렸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 같이 나오리로다.”(욥 23:10)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