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사랑의교회는 이제 그만 김승욱 목사를 놔줘라

입력 2010-06-10 13:31


[미션라이프] 남가주사랑의교회 성도들은 지금 큰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다. 아끼고 존경하던 담임목사가 한국으로 떠난다는 느닷없는 비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성도들은 “아직 목사님을 보낼 준비가 안됐다”며 “더 기도할 시간을 달라”고 김승욱 목사를 설득하고 있다. 아니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사실 남가주사랑의교회 성도 입장에서는 김 목사는 차마 떠나보내기 어려운 목회자라고 할 수 있다. 늘 확신 있지만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았고, 선교의 꿈과 비전을 이민 성도들에게 심어줘 왔다. 이런 리더십 때문인지 교회가 겪고 있던 분란도 김 목사 부임 이후 자연스럽게 수그러들었다. 한마디로 김승욱 목사는 이민 교회 성도들의 자랑이었다. 그런 담임목사가 떠난다는 게 성도들에겐 상상하기도 힘들 것이다. 어쩌면 남겨진 그들에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김 목사가 한국 청빙을 ‘강행’하는 이유는 뭘까. 김 목사는 그간의 청빙 과정과 고통스러웠던 심정을 지난 6일 주일예배 설교를 통해 소상히 밝혔다. 지난해 3월 할렐루야교회로부터 첫 청빙 요청을 받은 김 목사는 처음엔 분명히 거절했다고 한다. 자신의 사명이 조국 교회가 아닌 이민 교회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을 까맣게 잊고 지내던 올 3월 김 목사의 마음속엔 갑자기 부담이 생겼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떨쳐버릴 수 없는’ 부담이었다. 하나님의 뜻을 묻고 또 물었단다. 그때마다 성경을 통해, 설교를 통해, 책을 통해 그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한국으로 파송하고 싶어 하신다는 확신과 감동을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선교의 사명, 즉 아시아의 영적 자원을 세계 선교지와 연결시키고, 오랫동안 기도해오던 북한 선교를 위한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됐다. 아버지처럼 존경하던 교회 장로들이 찾아와 ‘뜻을 돌이켜 달라’고 설득했을 때 “다른 이유라면 백번 천번 돌이키겠지만 하나님이 주신 응답에 따라 순종하는 것이기에 그럴 수 없다”며 되레 장로들을 설득했던 것도 그런 확신 때문이었다.

김 목사는 6년 전 부임할 때의 설교 내용을 다시 인용하기도 했다. “만일 예수님께서 반석 위에 예수님의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것이라면 담임목사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주님께서 마음껏 사역하실 수 있도록 제가 그 자리에서 비켜드리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사역을 완전하게 펼치실 수 있도록 내가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입니다.”

그는 “이 교회의 모든 사역을 시작하신 주님께서 이제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저를 옮기시고자 한다면 그 일을 시작하신 주님께서 책임지시고 그 모든 일을 이루시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남겨진 남가주사랑의교회가 초대교회에서 세계선교를 시작했던 안디옥 교회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내비친 것이다. 이런 말도 했다. “목사의 리더십으로 교회가 형성되지만 교회와 성도를 통해 목사도 형성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 지금 저의 모습은 여러분들이 만들어주신 것이다.” 그는 한국 청빙에 대해 “선교에 대한 사명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목사는 설교 도중 몇 차례 보인 울먹거리기도 했다.

리더십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교회에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해서 왔다는 그가 한창 성장해가는 교회를 떠나 이제는 또 다른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려 하고 있다. 담임목사의 중심은 물론 하나님만이 아시겠지만 지난 6년간 동고동락해 온 성도들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난 주일예배 설교 더 이상의 무슨 설명과 변명이 필요하겠는가.

그의 설교를 들으며 이런 목회자를 둬온 남가주사랑의교회 성도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런 목회자를 빚어온 성도들이야말로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22년이라는 길지 않은 역사 동안 남가주사랑의교회는 두 명의 훌륭한 목회자를 배출했다. 그것은 김 목사의 표현을 빌자면 ‘훈련으로 다듬어지고 준비된 하나님의 백성들’ 때문이었다. 명실상부 안디옥 교회 같은 ‘파송하는 이민교회’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바울 한 사람 때문이 아니라 성숙한 많은 성도들 때문이다.

사도행전 20~21장은 남가주사랑의교회가 처한 지금 모습과 아주 흡사하다. 예루살렘을 향해 가는 사도 바울의 결연한 자세, 그리고 그를 어떻게든 붙들려는 성도들의 애절한 모습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성도들은 “예루살렘에 가면 당신은 유대인들에게 붙잡힐 게 뻔하다”며 눈물로 바울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바울은 “결박뿐만 아니라 죽을 것도 각오했다”며 그 눈물의 호소를 끝내 뿌리치고 만다(행 21:13). 그 성도들이 덜 중요하거나 사랑스럽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심령에 매인 바 된’ 부르심, 즉 복음 증거의 사명 때문이었다.

여기서 위대한 점은 사도 바울의 뜨거운 헌신도 그렇지만 그의 중심을 알아본 성도들의 성숙함이다. 그들은 결국 “주의 뜻대로 이뤄지이다”라고 축복한 뒤 바울을 놓아준다. 바울의 예루살렘과 로마 전도의 배경엔 이러한 성숙한 성도들의 배려와 기도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성도들이 그런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떠나는 김 목사에게도, 남겨지는 남가주사랑의교회에도 이별의 슬픔은 오히려 큰 격려와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성숙하고 훈련받은 성도들이 있는 이상, 교회는 어느 누구의 것이 아닌 주님의 교회라는 확신이 있는 이상 남가주사랑의교회는 김 목사가 떠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반석 위에 서 있을 것이다.

물론 고려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뜻이라며 선뜻 청빙에 임했다가 부임해 간 교회로부터도 버림받고, 기존 교회 성도들도 떠나고, 그 목사도 결국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봤다. 청빙의 결과 어떨지는 내년쯤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주요 교회들이 후임 목회자를 이민 교회 목회자로 정함으로써 이민 교회가 마치 한국 교회로 가는 발판(스피링보드)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 교회에서 일방적으로 후임자를 정하고 이민 교회 성도들에게는 통보하는 식의 지금의 청빙제도의 문제점도 차제에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