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휩쓰는 反긴축 파업·시위… 노동계 “빈곤층만 피해”

입력 2010-06-09 21:21


유럽 각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취한 긴축조치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스페인과 덴마크에선 8일 수만∼수십만 명이 참가한 반대 파업에 이어 주말엔 독일에서 시위가 예고돼 있다. 또 항공업 등 산업계까지 가세하는 등 반발 주체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스페인 공공노조가 전날 정부의 예산 삭감조치에 항의하는 파업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수도 마드리드에선 시위대들이 중심가 재무부 청사 앞에 집결해 “정부가 임금을 원상회복시킬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며 정부를 규탄했다.

시위를 주도한 민주노총(CCOO)과 노동총연맹(UGT)엔 260만명의 공무원이 가입해 있다. 노동계는 노조원 75%가 동참(정부 주장은 11%)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파업은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의 사회당 정권이 2004년 출범한 이래 처음이다. 공립학교와 공공병원이 상당수 문을 닫았으며 초고속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고 WSJ는 전했다.

덴마크에서도 중도우파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코펜하겐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렸다. 8만여명(경찰 추산 4만여명)이 참가했다.

독일 공공부문 노조도 오는 12일 베를린과 슈투트가르트 등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8일 발표했다. 이로써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4년간 800억 유로의 긴축 조치를 발표한 이후 마침내 반발이 시작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 보도했다. 야당과 노동계는 긴축안이 빈곤층에만 피해를 준다고 공격했다.

금융업계와 항공업계도 정부에 반발하고 나섰다. 긴축 패키지에는 은행에 부과하는 금융거래세와 독일에서 이륙하는 모든 비행기에 매기는 환경세가 포함돼 있어서다. 독일은행연합회는 “다른 나라와 보조를 맞추지 않고 혼자 시행하는 이 제도는 이 나라 은행산업에 큰 피해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환경보호로 포장한 ‘현금 갈퀴’ 정책”이라고 정부를 몰아세웠다.

영국도 은행세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금융계의 반발은 확산될 전망이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과감한 재정 감축안을 실행할 수밖에 없다. 은행은 자신들이 일으킨 혼란을 치우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은행세 도입 의지를 피력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영국의 재정적자 증가율이 AAA등급을 유지하는 어떤 나라보다 높다”며 “전임 노동당 정부가 제시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적자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