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킥’ 출연진이 브라운관 장악한 이유는
입력 2010-06-09 18:36
‘지붕뚫고 하이킥(지붕킥)’ 출연진들이 TV 브라운관을 장악하고 있다. ‘지붕킥’은 지난 3월 19일로 끝났지만 드라마가 배출한 연기자들은 다른 드라마에서 종횡무진하며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다. 신인이거나 인지도가 낮았던 배우들은 ‘지붕킥’을 거치며 주연급으로 성큼 뛰어올랐다.
SBS에서 월·화요일 오후 9시55분에 방영 중인 ‘자이언트’의 경우 ‘지붕킥’에서 코믹한 연기를 선보인 황정음이 어린 시절 잃어버린 오빠 강모(이범수)를 기다리는 억척녀 이미주로 분했다. 9일 KBS 2TV 전파를 탄 ‘제빵왕 김탁구’에서 제빵업계 1인자로 올라서는 김탁구 역은 ‘지붕킥’에서 식모 세경을 짝사랑한 ‘준혁 학생’인 윤시윤이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대중에게 생소했던 배우는 ‘지붕킥’을 거치며 30부작 드라마를 이끄는 주연으로 올라섰다.
신세경과 황정음의 사랑을 동시에 받던 의대생을 연기한 최다니엘은 드라마 ‘더 뮤지컬’의 남자주인공으로 발탁된 상태다. 하반기 KBS에 편성될 것으로 점쳐지는 이 드라마에서 그는 한류스타 구혜선과 호흡을 맞춘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조연급이던 이들이 긴 호흡의 정극에서 주요 역할을 꿰찬 데는 ‘지붕킥’의 연기 경험이 큰 몫을 했다. ‘제빵왕 김탁구’의 제작사 관계자는 “신인을 기용할 때는 신중을 기하는데, 윤시윤은 ‘지붕킥’에서 자연스런 연기를 선보여 1차적으로 검증됐다고 봤다. 윤시윤의 눈빛과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높게 사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주연으로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지붕킥’은 시트콤임에도 불구하고 코믹, 멜로, 드라마의 요소가 섞여있다. 연기 훈련에 있어서는 최적의 조건인 셈.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우선 일일극이고, 시트콤이더라도 정극의 요소가 충분해 신인으로서는 연기 훈련하기 더없이 좋은 작품이다. 또한 상황극에 머물지 않고 드라마틱하게 전개됐기 때문에 연기 호흡을 기르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붕킥’의 이례적인 성공도 출연자들이 신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배우로 인정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지붕킥’에서는 배우들이 실명으로 등장해 홍보 효과가 좋았다. 또한 그 배우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줌으로써 대중에게 친근하게 인식하도록 해 향후 다른 작품에서 캐스팅할 때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평론가는 “다만 이제 주연급으로 올랐다고 해서 성공한 것은 아니다. 전작이 성공한 만큼 시트콤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벗지 못하면 다른 작품에서 진지한 캐릭터를 표현할 때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