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소통하는 법 배워야”… 초선 54명, 당·정·청 쇄신 촉구 첫 집단행동

입력 2010-06-10 01:08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당·정·청 쇄신을 요구하며 첫 집단행동에 나선 데 이어 재선 의원들도 9일 별도 쇄신 모임을 갖고 논의에 가담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청와대 인적 쇄신’ 여부를 두고 중구난방으로 의견이 갈렸다.

릐쇄신 방안 봇물=초선 의원들은 지난 6일에 이어 두 번째 모였다. 여당 의원 168명 중 절반이 넘는 89명이 초선인데 그 가운데 57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들이 18대 국회 들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홍정욱 의원은 기조발제에서 개혁적이고 유연하며 온정적인 ‘쿨(Cool) 보수’의 메시지와 메신저를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영국의 캐머런 보수당 총리는 교육과 의료라는 노동당의 양대 진보 정책을 끌어안았다”며 “우리도 푸른색을 탈색하고 때로는 ‘붉은 한나라’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옥임 의원은 “‘쿨 보수’는 참 좋은 단어인데 ‘꼴 보수’라고 잘못 들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당내 친이·친박 갈등 해소를 위해 초선 의원들이 계파 모임을 탈퇴하자는 제안도 쏟아졌다. 김학용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표가 이탈한 큰 원인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불화가 기초에 있다”며 “친이·친박 계파 자체를 없애 최소한 대통령 임기 동안은 파벌 없이 똘똘 뭉쳐 일하고, 대선을 앞두고 원하는 후보를 지지하자”고 말했다. 주광덕 의원은 “계파 간 밀어주기식 전당대회가 되면 한나라당의 새로운 발전 전기를 마련하는 전대가 아니라 당원들의 비판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릐‘청와대 쇄신 요구’ 확산될까=초선 모임에서는 참석자 중 27명이 발언을 했다. “선거 패인은 청와대보다 한나라당에 있다”는 식의 ‘내 탓’ 발언도 쏟아졌다.

이에 정태근 의원은 “청와대에 왜 총질하느냐고 그러는데, 초선들이 안 하고 중진들이 할 순 없지 않느냐”며 “청와대 바뀌라는 이야기를 집권당 초선 의원들이 못할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권영진 의원도 “청와대 참모들에게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이야기를 저라고 기분이 좋아서 하겠느냐”며 “초선들이 대통령에게 쓴소리 듣고 재선, 삼선 의원들에게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결기를 갖고 옳은 소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당초 결의문을 채택키로 하고 초안까지 작성했지만 의견이 엇갈려 결국 채택에 실패했다.

한편 초선 모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청와대 일부 인사들이 초선 의원들에게 전화해 “인적 쇄신 요구를 너무 세게 하지 말아 달라”는 식으로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청와대 인사들이 영남권 의원들과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집중적으로 전화해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오늘 논의가 무기력해진 것도 그런 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훈 권경석 의원 등 재선 의원 18명도 모임을 가졌으나 청와대 인적 쇄신에 대한 요구는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