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세종시 수정안 ‘후퇴’… 4대강은 계속 추진

입력 2010-06-09 18:25

6·2 지방선거 패배에 따라 세종시 수정안 및 4대강 사업 문제를 둘러싼 여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은 당초보다 크게 후퇴하거나 철회하는 쪽으로, 4대강 사업은 반대 진영을 적극 설득해 계속 추진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세종시 수정 추진을 주도해온 청와대는 9일 보도자료에서 “현재로선 세종시 문제를 포함한 기존의 정부 정책 방향에 변화가 없으며, 세종시 수정 대안(출구전략)을 검토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주민이 반대하면 무리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발언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기존과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수정안이 정부 입법발의 형태로 국회에 제출된 만큼 수정안을 처리하든, 재수정하든, 또는 폐기하든 이제는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뉘앙스로 해석된다.

세종시 처리의 키를 쥐고 있는 여당은 수정안을 그대로 밀어붙일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이미 널리 확산돼 있는 상태다. 여당 핵심 당직자는 “선거 이후 몇 차례 열린 지도부 회의 때마다 계파를 불문하고 선거 패배의 주범이 세종시 수정안이라는 얘기가 반복적으로 나왔다”며 “이런 마당에 수정안 운명이야 뻔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수정안을 폐기하고, 원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당내의 이런 분위기를 감안,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종시 수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며 “선거에서 드러난 국민과 충청도민의 뜻을 존종해 합리적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중앙 행정부처 대신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7개 기관을 내려보내는 ‘김무성 절충안’을 근간으로 재수정안을 만들어 야당과 협상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와 야권의 원안 고수 입장이 워낙 확고해 절충 작업 역시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선 후퇴 입장이지만, 4대강 사업만큼은 청와대나 여당 모두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세종시 수정안이 사실상 정부안대로 추진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4대강 사업마저 뒷걸음을 칠 경우 정권 자체가 급속도로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현실적으로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4개 강 모두에서 공사가 진척된 상황이어서, 이를 다시 없었던 일로 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야권의 반발이 워낙 거세, 여당 일각에서 ‘속도 조절론’도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

김 원내대표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업의 속도와 규모를 우려하고 있지만 이는 사업의 실상과 진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결과”라며 “여당이 직접 종교, 시민, 환경단체를 찾아가 진실을 전하겠다”고 계속 추진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