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리더십으로 힘 받는 정세균

입력 2010-06-09 18:24

지난해 7월 22일.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자리에서다.

그로부터 11개월이 흐른 9일 오전. 정 대표는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본회의장으로 돌아왔다. 6·2 지방선거 승리라는 명분을 안고 원내 복귀를 결단한 것이다. 등원 직전 기자와 만난 정 대표는 “좀 더 유능한 원내투쟁을 통해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에 제대로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복귀 소감을 피력했다.

지방선거 후 정 대표의 리더십이 힘을 받고 있다. 생활정치, 야권통합을 필승카드로 내세운 그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 속에 위상도 한층 높아진 느낌이다. 선거 이후에는 메시지도 훨씬 선명해졌다. 당 대표의 힘을 분산시키자는 비주류·중도파의 집단지도체제 요구에 대해 “이미 실패한 제도”라고 일축하는가 하면, 대통령 후보경선 전 당권·대권 분리론과 관련해서도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부정적 태도를 밝혔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민적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 대표는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비(非)패배’한 것”이라고 말하는 등 ‘오만’하게 비쳐지는 것을 무척 경계하고 있다. 힘이 쏠리면 쏠릴수록 그만큼 비주류의 견제와 공세가 심해지고, 민심도 돌아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다.

정 대표는 차기 전당대회에서도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고위원회의는 이날 전당대회를 8월말∼9월초에 치르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7·28 재·보궐 선거 후 한 달 정도 선거 운동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19대 총선을 이끌 차기 대표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는 재선을 노리는 정 대표에 박주선 최고위원, 천정배·김효석 의원 등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또 민주당 대주주격인 정동영 의원, 손학규 전 대표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