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연기] 정적 속 발사대 느닷없이 소화액 뿜어… 2009년 악몽 재현
입력 2010-06-09 21:22
한국 첫 우주 발사체(KSLV-Ⅰ)의 발사 중단은 주변 시설인 일반 소방설비의 오작동에 따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러 관계자들은 사고 직후 원인 파악에 나섰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9일 자동발사 시퀀스 작동 과정에서 7분56초를 남기고 고압 탱크의 압력을 측정하는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생겨 발사가 중지된 악몽이 재현된 것이다.
◇발사 3시간여 앞두고 중지=나로호 발사는 최종 발사 시각이 발표된 오후 1시30분까지만 해도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다. 오전 9시부터 나로우주센터는 본격적인 발사 모드에 돌입했다. 최종 리허설 때 계획하고 연습했던 과정을 그대로 실천에 옮기는 과정이었다. 오전 10시15분부터 1단 로켓의 밸브 및 엔진 제어용 헬륨가스가 별다른 문제 없이 충전됐다. 하지만 발사 3시간여를 앞둔 오후 2시2분 나로우주센터 내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 “발사대 소방설비 문제로 발사 준비 과정이 중지됐다”는 발사통제동(MCC)의 방송 멘트가 흘러나왔다.
◇소방설비 소화용액 누설이 원인=발사 운용 중지 원인은 나로호가 발사되면서 나오는 뜨거운 화염으로 인한 화재를 막으려고 설치한 발사대 소방설비의 전기 신호에 의한 오작동으로 파악되고 있다. 편 대변인은 “유류 화재에 대비해 화약 약품과 결합된 소화용액이 오작동으로 인해 노즐 3곳 모두에서 분출됐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발사체 옆에 위치한 소방시설에서 갑자기 흰색 소화용액이 분출되면서 나로호 선체 밑단이 하얗게 뒤덮였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자 방수복을 입은 수십 명의 연구원들이 현장에 급파돼 상황을 정리했지만 사고 발생 수시간 동안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 우주 로켓 전문가는 “일반 소방 설비의 경우 비상시에는 수동 작동할 수 있게 돼 있어 사람에 의해 사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과 장영근 교수는 “발사대에 장착된 발사체에 실제 점화를 시켜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 리허설 과정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복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제가 된 노즐을 갈아야 하고 뿌려진 화학 약품도 닦아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고흥=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