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지진센터 직원들 두달째 비상근무 왜… “北 핵실험 하려나” 밤낮없이 촉각
입력 2010-06-09 18:18
기상청 국가지진센터 공무원들은 지난달부터 휴일 없이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 센터 산하 지진관리관실의 일반 직원 20여명은 물론 고위 공무원들도 24시간 연락 가능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9일 만난 한 기상청 관계자는 “샤워를 하러 갈 때에도 휴대전화를 비닐봉지에 담아 가지고 가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국가지진센터 직원들이 두 달째 기상청에서 숙식을 해결하다시피 하며 고된 일과를 보내는 이유는 북쪽에서 인공 지진이 발생하는 것을 빨리 파악하기 위해서다.
인공 지진은 핵실험 등 땅 속에서 화약이 크게 폭발할 때 나타난다. 기상청은 한반도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인공적인 것인지 자연적인 것인지를 판단해 정부 각 부처에 신속하게 통보할 임무를 맡고 있다. 원래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함께 인공 지진 업무를 처리했지만,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부터 보고 체계의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단독으로 처리하고 있다.
기상청은 언론을 통해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된 지난달부터 인공 지진 파악 체계를 더욱 강화했다. 공휴일에도 비상근무를 하는 등 자체적으로 근무 체계를 조정해 24시간 인공 지진을 파악하게끔 했다. 과거에 비해 분석할 지진의 숫자도 늘어났다.
이현 기상청 지진관리관은 “그동안은 규모 3.0 미만의 작은 지진은 분석하지 않았지만, 지난달부터는 3.0 미만에 대해서도 일일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규모 3.0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유감지진’의 최소 기준이다.
기상청은 인공 지진과 자연 지진을 구별하기 위해 지진파를 분석하고 음파 발생 여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인공 지진은 P파의 진폭이 S파에 비해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자연 지진과 달리 진원의 깊이가 얕다. 인공 지진은 폭발에 따른 음파가 발생하지만, 자연 지진은 음파가 대부분 발생하지 않는다.
기상청은 아직까지 핵실험 등을 의심할 만한 큰 인공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특이한 동향이 없지만 모든 공무원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