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명위 ‘스폰서 검사’ 의혹 조사 발표… 대가성 못찾았다? ‘미지근한 진실 규명’ 논란
입력 2010-06-09 21:56
‘스폰서 검사’ 진상규명위원회가 50일간의 활동 결과 일부 검사의 향응 및 성 접대 수수 사실을 9일 밝혀냈다. 그러나 건설업자 정모씨와 연루된 검사들과의 대질조사는 끝내 이뤄지지 않아 완벽한 조사였다는 평가는 받기 어렵게 됐다. 특히 스폰서 논란 재발 방지를 위한 규명위의 제도 개선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향응 및 일부 성 접대는 확인, 대가성은 못 밝혀내=규명위는 정씨가 26년간 검사 100여명의 스폰서였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씨는 1997년 부산고검 검사의 저녁 회식 비용을 지불한 것을 비롯해 2001∼2002년에는 부산동부지청 검사들에게 2∼3차례, 2001년 창원지검 검사들에게 술 등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박기준 부산지검장에게 2003∼2004년 수차례 식사와 술을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정씨 주장과는 달리 규명위는 정씨가 박 지검장과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인원과 교류해왔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검사들이 먼저 접대를 요구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정씨가 먼저 검사들에게 연락해 접대를 제안한 경우가 많았다는 게 규명위의 설명이다. 성 접대에 대해서도 정씨 주장이 사실로 인정된 것은 지난해 3월 부산지검의 부장검사 한 명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규명위는 일부 접대사실은 찾아냈지만 대가성은 밝혀내지 못했다. 한 전 대검 감찰부장이 정씨로부터 100만원을 받은 사실은 확인했지만 정씨 본인이 대가성을 부인했다. 검사 접대를 포괄적 뇌물로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규명위는 정씨가 검사 접대를 친분에 따른 결과로 주장하고 사건처리 과정 역시 접대와 관련성을 찾을 수 없어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100% 진상규명은 애초부터 무리=규명위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의문이 없는 진상 규명은 당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다. 정씨가 접대하는 데 사용했다고 주장한 수표 상당수는 보존기한이 넘어 추적이 불가능했고, 정씨가 접대장소로 지목한 곳이 없어져 해당업소 업주 및 종업원도 찾지 못했다. 정씨가 증거로 제시한 수표 중 일부는 접대와 무관하게 사용한 것도 드러났고, 정씨가 조사 과정에서 처음 주장을 번복하는 등 진술에 일관성도 보이지 않았다. 규명위가 강제 수사권을 갖고 있지 못한 점도 한계였다. 정씨가 규명위 조사에 불만을 품고 대질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조사는 벽에 부딪혔다.
◇개선책 실효성은 있나=규명위가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건의한 제도 개선책의 내용은 우선 검찰 문화팀을 상설기구로 만들고, 과도한 음주문화는 자제하며 각종 동호회 활동을 강화해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자는 것이다. 또 외부 인사를 대검 감찰부장에 임명하고 검사 윤리행동 매뉴얼을 마련해 외부인사 접촉에 대한 세분화되고 구체화된 지침을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검찰 문화와 감찰, 시스템 등 세 분야로 나눈 제도 개선책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의 스폰서 관행에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게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검 감찰부장의 외부인사 영입 방침 역시 2007년 검찰청법 개정 때부터 논의됐지만 검찰이 지키지 않은 것으로 ‘재탕 대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는 “규명위 제도 개선책은 사안의 핵심을 벗어나 검사의 고충처리에만 집중된 것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제훈 임성수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