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제난에 경제관료 ‘희생양’… 화폐개혁 주도 박남기 총살설·김영일 前총리도 해임
입력 2010-06-09 18:19
북한의 경제 관료들이 악화된 경제난 속에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
육해운상 출신 김영일 전 내각 총리는 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12기 3차 회의에서 소환을 당하고, 총리 자리를 최영림 총리에게 넘겨야만 했다.
김 전 총리는 육해운상 시절 남포항에 영남배수리공장과 대형 컨테이너선을 댈 수 있는 부두를 완공한 능력을 인정받아 총리까지 승진했지만 지난해 말 화폐개혁 실패의 후폭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3년2개월 만에 해임됐다. 그는 지난 2월 초 평양 인민문화궁전에 인민반장 수천 명을 모아놓고 화폐개혁의 부작용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져 불행한 운명이 예고됐었다.
역시 화폐개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은 총살설까지 나돈다.
한 정보소식통은 9일 “박 부장이 평양 근교에서 총살된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제거된 것은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05년 7월 계획재정부장에 오른 박 부장은 박봉주 전 총리가 경질된 뒤 북한의 경제정책을 주도했지만 화폐개혁 실패 이후 종적을 감췄다.
앞서 박 전 총리도 2003년 9월 총리에 올라 금융체계와 물자유통체계를 개편하는 등 시장경제 지향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했지만 당과 군의 반발로 실각해 2007년 5월부터는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됐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으로 불린 대규모 식량난이 끝난 뒤인 1997년 9월에는 서관희 농업상이 ‘미제 간첩’ 혐의로 공개 총살을 당하기도 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경제가 계속 악화되다 보니 경제 관료들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것 같다”면서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목숨을 내놓고 경제 관련 직책을 맡아야 할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새 내각에도 두드러진 경제 관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최영림 총리는 중앙검찰소장 출신의 공안통으로 봐야 한다”면서 “직전까지 당 계획재정부에서 부부장을 맡았던 전하철 부총리 정도가 경제통이지만 이미 팔순이 넘었다”고 말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