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못연 ‘하늘의 문’… 나로호 소화용액 분출, 3시간 앞두고 발사 연기

입력 2010-06-09 21:40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 발사가 또 다시 연기됐다. 9일 오후 발사를 3시간여 앞두고 발사대 주변에서 소화용액이 분출되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주발사체 발사 성공을 기원하던 나로호 연구자들과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교육과학기술부 편경범 대변인은 “이날 오후 1시52분쯤 발사대 주변 소화 장치에서 소화용액이 분출돼 오후 2시2분쯤 발사 운용이 중지됐다”고 밝혔다. 그는 “발사 패드 주변에 3개의 소화 노즐이 있는데 3개 모두에서 소화용액이 분출됐다. 다만 육안 점검 결과 발사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한·러 기술진이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사대 소화 장치는 발사체나 주변에 화염이나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이를 끄기 위한 보조 설비다.

분출된 소화용액은 총저장 용량 600t가운데 100t, 화약약품은 18㎥ 가운데 3㎥ 정도가 분출돼 이 정도는 재발사에 지장이 없는 수준이라고 교과부는 강조했다.

편 대변인은 “한·러 기술진이 소방 장치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있지만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해 이날 발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러시아 기술진과 협의해 19일까지로 한정된 예비 발사일 가운데 하루를 새로운 발사일로 선정, 재발사에 나설 계획이지만 예비기한 내 재발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주진 원장은 “시간과 상황을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우주발사체 발사에서 이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발사가 어렵기 때문에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과부는 원인 규명과 추후 발사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한·러 비행시험위원회를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다.

나로호는 지난 7일 저녁 발사대 이송 및 기립 과정에서 불안정한 전기신호 문제로 당초 예정보다 기립이 5시간 넘게 지연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또 지난해 1차 발사 예정일이었던 8월 19일, 발사 7분56초를 앞두고 로켓의 고압탱크 압력 측정 관련 소프트웨어 오류가 발견돼 중지됐고 25일 발사에서는 한쪽 페어링 미분리로 궤도 진입에 성공하지 못했다.

고흥=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