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변재운] 막 내린 개콘 ‘나술세’

입력 2010-06-09 18:00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데는 김제동 효과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5월초 방송 예정이었던 케이블채널 엠넷의 ‘김제동쇼’가 정치적 외압으로 미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던 차에 김씨 소속사가 선거 전날인 1일 김씨의 하차를 공식 발표하면서 젊은 층의 반정부 정서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엠넷 측은 외압설을 부인했지만 젊은 유권자들은 김씨가 고 노무현 전대통령 추도식 사회를 본 것과 어떤 형태로든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분위기다.

지난해 10·28 재·보선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한나라당은 경남 양산과 강릉 2곳에서 승리했지만 수도권 2곳과 충북 1곳 등 3곳에서 패했고, 특히 최대 승부처였던 수원 장안에서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우위를 보이던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가 민주당 이찬열 후보에게 막판에 역전패했다. 당시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는 수원 장안의 패배에 방송인 김제동과 손석희의 프로그램 하차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선거 직전 김제동은 KBS의 ‘스타 골든벨’에서,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MBC ‘100분 토론’에서 각각 하차했고 역시 두 사람의 이념성향을 문제 삼은 정치적 외압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똑같은 일이 7개월 만에 재연됐으니 외압설이 사실이라면 한심하고 멍청한 자충수가 아닐 수 없다.

KBS ‘개그콘서트’ 인기코너 중 하나인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이 지난 6일 방송을 끝으로 폐지되면서 이번에도 외압설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지난 4월 국회에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대사가 찝찝하다. 어떻게 김인규 사장이 취임했는데도 그런 대사가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고 그때부터 폐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제작진은 소재가 고갈된 몇 개 코너를 폐지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인기가 꽤 높았던 코너라는 점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인터넷상에서는 안타까움과 비난의 글이 쇄도하고 일부에서는 7·28 보궐선거에서 보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젊은이들은 거창한 정책보다 감성적 이슈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연예인 문제에는 눈을 반짝거린다. 정부여당으로서는 특정 연예인이나 프로그램이 눈엣가시처럼 보이겠지만 원래 예술이나 예능, 풍자, 코미디 등에는 과장이 가미되는 법이다. 이를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편협함을 넘은 아둔함이다. 민주당은 그런 아둔함이 얼마나 고맙게 느껴질까.

변재운 논설위원 jwb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