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계 "한국 선교 더욱 성숙하게 될 것"
입력 2010-06-09 17:48
“선교지 재산의 개인등록을 공적 구조로 만든다는 것과 선교사 재배치 문제가 논의된다는 것은 한국 선교가 선진화된 구조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를 건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장 통합 필리핀 선교부는 이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반응한 것입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한정국 사무총장은 9일 예장 통합 선교부의 결정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고 “한국 선교는 더욱 성숙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장 통합 선교부의 결단으로 한국교회 선교 형태가 전략적 선교로 진일보할 전망이다. ‘전략선교’란 교회개척이나 복음전도의 목적으로 해외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일반선교’와는 달리 현지의 필요와 요청에 철저히 따르는 것을 포함, 세계 선교전략에 따라 활동하는 일종의 ‘맞춤형 선교’다.
복음화가 낮은 곳에서는 일반 선교사 파송이 여전히 필요하지만 복음화가 높아져 현지인 교회와 목회자가 많은 지역에는 현지인 기독교인들이 할 수 없는 특수한 목적의 선교 형태가 더 적합하게 된 것이다. 특히 세계 선교의 괄목할 만한 발전으로 현대 선교는 일반선교에서 전략선교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다.
필리핀은 일반선교를 지양하고 전략선교에 집중해야 할 대표적 지역으로 꼽힌다. 복음화율 85%에 현지 교회와 목회자들의 활동도 활발해 일반선교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2009년 현재 필리핀에서 활동 중인 한국 선교사들은 모두 1285명으로 대부분 수도 마닐라를 비롯해 바기오 등지에 집중돼있다. 이 때문에 선교사간 불필요한 경쟁과 중복 투자 등이 문제가 됐고 이에 따른 선교사들끼리의 갈등도 많았다.
필리핀 교계에서도 더 이상 필리핀이 선교지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16년 전 한국교회 측에 선교사 자제 요청을 주문하기도 했다.
바울선교회의 경우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1996년부터 바울선교회 선교훈련원을 위한 지도자와 훈련 담당 선교사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일반 선교사는 필리핀에 파송하지 않고 있다. 예장 통합 선교부도 이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필리핀은 서구 선교사들도 속속 떠나고 있는 지역이다. 미국 C&MA 교단은 10년 전 필리핀 선교부에서 충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소속 선교사는 2010년까지 모두 떠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는 추가로 선교사를 파송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마지막 선교사가 떠날 것이란 의지를 표명한 것이어서 최근 다시 회자되고 있다. 마치 한국에 선교사를 파송했다 한국교회에게 사역을 이양하고 철수했던 미국 교회처럼 필리핀 현지인에게 사역 활동을 모두 인계하겠다는 것이었다.
바울선교회와 예장 통합의 결정은 C&MA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완전 철수가 아니라 전략적 선교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필리핀에는 아직도 많은 미전도지역이 남아있고 한국인 선교사가 맡아야 할 독특한 역할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GP선교회 이용웅 한국대표는 “한 국가를 전체로 묶어서 선교사의 많고 적음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미전도종족이 얼마나 되는지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지나치게 특정 지역에 편중돼있는 선교사에 대해서는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산권 귀속 결정도 긍정적이었다. 다만 그동안 한국 선교사들의 활동이 팀사역보다는 각개전투식 개인 선교활동에 치중한 경우가 많아 선교사가 직접 모금한 후원금을 선교부로 쉽게 귀속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란 반응이다. 또 선교사에 따라 소속 선교단체를 옮기거나 독립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부분은 숙제로 남겨뒀다.
예장 통합뿐만 아니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소속 몇몇 선교사들도 재산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GMS가 올 9월부터 선보이는 지역선교부 독립과 팀사역 강화에 따라 선교사들이 재산권 포기를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