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봐주기’ 뒷말 남긴 규명위 조사

입력 2010-06-09 17:44

‘스폰서 검사’ 진상규명위원회가 어제 한 달 보름여에 걸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부 검사들의 향응 접대와 보고의무 위반 등 비위행위가 있었으나 경남 지역 건설업자 정모씨가 제기한 의혹 가운데 상당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규명위의 결론이다. 규명위의 징계 권고 수위도 예상과 달리 낮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규명위는 현직검사 71명, 전직검사 30명, 수사관 8명을 조사해 45명에 대해서만 징계(10명), 인사조치(7명), 엄중경고(28명)를 검찰총장에 권고한 게 전부다. 심지어 지난해 정씨로부터 성 접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 부산지검 소속 부장검사에 대해서조차 사법처리를 요구하지 않았다. 스폰서 검사 의혹사건 핵심인물인 박기준 부산지검장의 경우 보고의무 위반, 지휘·감독의무 위반 및 직무태만, 검사윤리강령 위반, 품위손상 혐의가 모두 인정됐으나 역시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검찰은 규명위에 민간인이 포함된 만큼 조사의 객관성엔 문제가 없다지만 민간위원들은 수사권과 조사권이 없어 검찰이 모든 조사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사법처리 여부의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는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규명위 설명대로라면 검찰은 정씨에게 감사패를 줘야 한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때 되면 검사들을 불러 밥 사고, 술 대접하고, 용돈까지 주며 사기를 북돋아줬으니 말이다.

이번 조사는 정씨의 대질신문 거부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기 위해 여야는 이미 합의한 특검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검찰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해야 한다. 규명위는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검찰문화 개선 전담기구 설치, 윤리 매뉴얼 마련 등을 제시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사람이 검찰에 집중된 권력이 스폰서 문화의 주범이라는 데 동의한다. 여권 내에서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나 상설특검을 설치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