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임 전부터 법을 우습게 보는 당선자

입력 2010-06-09 17:42

민주당 소속 서울시 구청장 당선자 21명이 민노당 가입과 당비 납부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들 징계를 법원 판결 이후로 연기하라고 주장했다. 공직에 갓 당선된 이들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명언한 헌법과 공무원법의 정신을 무시하고 관련 법절차의 진행을 막겠다는 것이다. 취임 전부터 이렇게 정부 방침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실정법과도 맞서려 드니 취임 후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참으로 걱정된다. 불법과 비리로 심판받을 단체장이 4년 동안 얼마나 나올지.

검찰이 지난달 6일 전국공무원노조 소속 위법 공무원 89명을 기소하자 행정안전부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이들을 중징계하도록 지시했다. 구청장 당선자들은 법원 판결을 보고 징계 절차를 밟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하나 현행 지방공무원법과 징계 규정에는 수사가 끝나면 지자체는 한 달 안에 인사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하게 돼 있다. 임기말 보복성 징계라는 주장도 터무니없다. 오히려 당선자들의 임기 전 행정 방해라고 봐야 옳다.

이들 당선자 뒤에는 정책공조를 하기로 한 민노당이 있다. 민노당은 민주당과의 연합전선을 이용해 자신의 최대 현안부터 해결하려는 것이다. 법원이 위법 공무원들에게 면죄부를 줄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같은 혐의로 기소된 교사 134명에 대한 전교조의 징계저지 운동과 보조를 맞춰 효과를 크게 하려는 계산이다. 궁극적으로 전공노와 전교조의 정치활동을 합법화하겠다는 게 민노당의 목표다.

야당이 너무 오만해졌다. 단체장에 당선됐다고 위법 공무원 징계를 막을 권한까지 부여받은 건 아니다. 일부 당선자는 간부들과 개별 접촉해 인사와 예산집행, 인허가를 막고 있다. 지방 교육행정 역시 교육감 당선자들의 성향에 따라 비슷한 혼란을 겪게 될 게 뻔하다. 말 할 때마다 ‘지방권력’을 들먹이며 중앙정부에 대립한다면 여야가 지자체 주민을 볼모로 정쟁을 벌이는 꼴밖에 안 된다. 지방공동정부니 지역연대니 하여 사사건건 중앙정부에 어깃장을 놓는다면 국정은 어찌 될 것이며 야당에 표를 몰아준 국민의 생활이 나아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