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강팀 망신’ 개막전 징크스 올해도 이어질까
입력 2010-06-09 18:07
2010 남아공월드컵은 11일 오후 11시(한국시간) 개최국 남아공과 멕시코의 경기로 막을 올린다. 개최국 프리미엄을 안고 싸우는 남아공과 북중미의 전통 강호 멕시코의 대결은 이름값만으로는 멕시코가 단연 앞선다. 하지만 개막전에선 ‘공은 둥글다’는 축구계의 금언처럼 약팀이 강팀을 꺾는 이변이 속출했다.
1974 독일월드컵부터 2002 한·일월드컵까지는 전 대회 우승국이 개막전에 나서는 관례가 이어졌다.
하지만 8차례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이 승리를 거둔 팀은 1994 미국대회의 독일과 1998 프랑스대회의 브라질 등 2차례뿐이다.
한·일월드컵의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프랑스는 월드컵 본선에 첫 진출한 세네갈을 개막전 상대로 맞았다.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유로2000을 휩쓸었던 프랑스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뚜껑이 열리자 상황이 달라졌다. 지단, 앙리, 트레제게 등 호화 군단을 자랑하며 ‘아트 사커’를 완성했다는 평을 듣던 프랑스는 세네갈에게 일격을 허용했다. 세네갈은 전반 30분 터진 디우프의 선제골을 지켜 프랑스를 1대 0으로 물리쳤다. 상승세를 탄 세네갈은 16강전에서 스웨덴마저 2대 1로 제치고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프랑스는 1무2패에 그치며 조별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브라질은 1974 독일대회 개막전에서 유고슬라비아와 졸전 끝에 득점 없이 비겼고, 1978 아르헨티나대회 개막전에서 폴란드와 붙은 독일도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다. 1982 스페인대회 개막전에서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벨기에에 0대 1로 져 자존심을 구겼다. 1986 멕시코대회 개막전에서는 이탈리아가 불가리아와 1대 1로 비겼고, 1990 이탈리아대회에서 아르헨티나는 카메룬에 0대 1로 패해 12년 전의 개막전 악몽을 되풀이했다. 개막전에서 대어를 낚으며 탄력을 받은 카메룬은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받는 이번 대회의 홈팀 남아공은 개막전에서 역대 개최국 첫 경기 무패(14승5무)라는 통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멕시코가 개막전에 유독 약한 사실도 남아공에는 호재다. 멕시코는 4차례 개막전에 나섰지만 1무3패에 그쳤다.
한국팀은 7차례 치른 역대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 2승1무4패를 기록해 첫 경기에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02한·일대회에선 폴란드를 상대로 본선 첫 승을 거뒀고, 2006 독일대회에선 사상 최초의 원정 승리를 기록했다. 한국팀이 그리스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