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명박 XX” … 여 의원, 대통령 모독성 발언 파문

입력 2010-06-09 04:06

7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 워크숍에서 한 재선의원이 시중에 떠도는 말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표현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일부 친이명박계 의원들은 “국가원수를 심각히 모독하는 말을 그대로 옮길 수 있느냐”며 문제를 삼겠다는 입장이다.

참석 의원들에 따르면 이종구 의원은 발언권을 얻어 “등산을 하다가 사람들이 요즘 이 대통령을 언급하는 말을 들었다”며 이 대통령을 지칭하는 표현 3개를 소개했다. 이 의원은 “사람들이 이 대통령을 이명박××, ×××, 웃기는 ××라고 하는 걸 들었다”고 육두문자를 썼다. 그는 이어 6·2 지방선거 패배와 관련해 청와대 참모들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의원의 적나라한 표현과 관련, 수도권 친이계 한 의원은 “공식석상에서 해서는 안 될 표현을 썼다”며 “앞으로 전언 형식을 빌리면, 무슨 악의적 내용이든간에 다 말할 수 있는 거냐”고 흥분했다. 친이계 일부 의원들은 이 의원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밖에서 현 정부에 대해 느끼는 강한 불만을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있는 그대로 전달했을 뿐 이 대통령을 폄하할 의도는 없었다”며 “솔직히 적나라한 토의를 해보자고 모인 자리가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당·정·청의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여당 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8일 “국정 쇄신을 위해 선행돼야 할 일은 청와대 참모진의 조기 개편”이라며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청와대 참모진을 직언형·소통형 참모로 즉각 개편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수평적 당·정·청 관계 정립을 위한 청와대의 당 인사 개입금지’ ‘국정운영 방식과 인사시스템 전면 개편’도 요구했다. 특히 민본21은 그동안 스스로 계파정치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안팎의 지적에 따라 소속 회원들이 친이·친박 계파모임에서 탈퇴하기로 하는 등 내부 결속도 다졌다.

아울러 초선의원 80여명은 9일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국정 쇄신 방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중립 성향의 권영세 의원(3선)도 “아무 소리 못하고 위만 쳐다보는 ‘예스맨’은 가야 한다. 친이계 중 비판적 인사들과 친박 인사, 중립 인사들로 세력 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젊은 의원들을 참여시키고, 비대위 구성에 대한 초선의원들의 의견도 듣겠다”고 말했다.

손병호 노용택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