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후순위채 발행 등 자금사정 최악인데… 저축은행들 ‘골프 마케팅’ 경쟁
입력 2010-06-08 18:56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대출 부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부자 고객들을 위한 골프 마케팅을 강화, 눈총을 받고 있다.
자산건전성이 악화돼 고금리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등 자금사정이 최악의 상황인데도 연간 수억원이 넘는 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은 비용 대비 효용성이 뛰어나다는 입장이나 금융감독 당국은 저축은행들의 골프 마케팅이 과열된 것으로 보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요즘 저축은행 업계는 골프 전성시대다. 10억여원을 들여 골프대회를 후원하는 것은 물론 자체 프로골프단을 설립, 골프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A저축은행은 올해 남녀 혼성 골프구단을 창단했다. 2006년 저축은행 업계 최초로 프로골프구단을 조직한 B저축은행은 올 초 여성 골퍼를 영입, 구단을 확대 재편했다.
2007년 남자 프로골프단을 창설한 C저축은행은 올해 여자 프로골프단을 출범하는 등 구단 선수를 늘렸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골프대회를 직접 개최하거나 후원하고 있다. 총상금이 3억∼4억원 수준인 여자 골프대회를 치르려면 10억원 이상이 든다는 게 골프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저축은행들이 골프 마케팅에 적극 나서는 것은 ‘고급 스포츠’인 골프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기업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한 것. 이를 바탕으로 고액 자산가들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자산이 많은 VIP 고객들은 대부분 골프를 좋아한다”며 “TV에서나 보던 프로 선수들과 함께 라운딩하는 프로암 행사를 열면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고 기존 고객 이탈률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골프대회를 주최할 수 있는 정도의 자금력을 갖춘 저축은행이라면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PF 부실 등으로 저축은행의 경영 위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최소 수억원이 드는 골프 마케팅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주 2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한 저축은행은 오는 14일부터 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또 다른 저축은행도 유상증자 100억원에다 4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정도로 자산 건전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여유가 있어 골프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기보다 경쟁 업체가 하니까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의 지나친 골프 마케팅에 대해 우려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업 환경이 악화된 저축은행들이 골프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이 저축은행의 본업 범위에서 벗어난 부분이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