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기계좌 전부 거래정지… 피해액 반환 빠르고 수월하게

입력 2010-06-08 18:46

지난 3월 A씨(72)는 경찰이라며 걸려온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예금보호조치를 위해 폰뱅킹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폰뱅킹으로 돈을 안전한 계좌에 옮겼다가 다시 A씨 계좌로 옮겨준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A씨는 다급하다는 재촉에 넘어가 폰뱅킹 번호를 순순히 알려줬다. 이튿날 은행을 찾은 A씨는 계좌에 있던 1500만원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을 뒤늦게 알았다. 창구 직원 도움으로 돈이 분산 입금된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했다. 다행히 돈은 인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었다. A씨는 아직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6개월 정도 걸리는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이라는 법적 절차를 거치고 있는 탓에 돈은 여전히 사기범 계좌에 남아 있다.

A씨 같은 피해자가 늘자 정부가 부랴부랴 구제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거치지 않고도 빠른 시일 안에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8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관련 법안을 심사 중인 국회 정무위원회에 의견서 형태로 보이스피싱(전화 금융사기) 피해자 구제책을 전달할 예정이다. 정부가 내놓은 구제책의 핵심은 피해 예방과 신속한 피해금액 반환이다.

우선 정부는 앞으로 피해자가 입금한 사기계좌를 신고하면 해당 계좌의 예금 전부에 대해 거래를 정지시키기로 했다.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다.

이어 공고를 낸 뒤 2개월이 지나도록 예금주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예금 권리 소멸로 간주하고, 피해자들을 찾아내 피해금액을 모두 돌려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고 절차를 거치는 것은 재산권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