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년] 강제동원 日작업장 국내에도 6956곳
입력 2010-06-08 22:21
경술국치 100년 기획 잊혀진 만행… 일본 戰犯기업을 추적한다
제3부 강제동원 더 깊이 들여다보기
③ 국외 동원 그늘에 가리어진 국내 동원
1938∼45년 우리나라 전역에서 조선인을 착취한 일본 기업 작업장이 무려 7000곳에 달했다는 사실이 정부 자료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이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명수(자유선진당) 의원이 국무총리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서 제출받아 8일 공개한 ‘국내 강제동원 작업장 현황’에서 밝혀졌다.
자료에 따르면, 국가총동원법이 공포된 1938년 4월부터 1945년 8월 광복 이전까지 일본 기업 1089개사(社)가 한반도 6956곳에서 각종 작업장을 운영했다.
강제동원된 조선인은 648만8458명(연인원)인 것으로 추정됐다. 일본 대장성 관리국 자료 등에 근거한 수치다. 일본 본토와 중국 만주, 러시아 사할린, 남태평양제도 등 국외 강제동원 조선인은 103만여명(최소 추정 수치)이다.
일제 강점기 한반도 강제동원 현황과 규모를 보여주는 자료가 집대성된 건 처음이다. 한반도에서 이뤄진 노동력 강탈과 착취 정도를 실증적으로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료다. 그동안 국내 강제동원 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정됐지만 실태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었다.
국내 강제동원 작업장을 업종별로 보면 탄광·광산이 5569곳으로 전체의 80.1%를 차지했다. 일제가 지하자원을 빼내는 데 혈안이었다는 뜻이다. 섬유·피혁·금속·제련 등 공장이 672곳(9.7%)으로 2위를 기록했다. 수탈한 자원을 1차로 가공하거나 조선인에게 팔 생필품을 만든 곳이 대부분이다.
지역별로는 당시 행정구역 기준으로 평안북도에 강제동원 작업장이 가장 많아 877곳이나 됐다. 경기도(서울·인천 포함)가 712곳으로 두 번째였다. 6956곳 가운데 26곳은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 작업장 상당수가 일본 대기업 계열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최대 재벌로 꼽히는 미쓰이(三井) 계열사가 95곳, 미쓰비시(三菱) 계열사가 67곳, 일본제철(현 신일본제철) 계열사가 7곳 있었다.
김광열 광운대 국제협력학부 교수는 “정부기관인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가 역사적 사실을 충실하게 복원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의미 있다”며 “단순히 자료를 작성하는 차원에 그칠 게 아니라 진상규명과 보상에까지 이르도록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글·사진 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