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회복따라 시중 돈 흐름 빨라졌다
입력 2010-06-08 18:24
올해 1분기에 통화유통 속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실물경제가 회복되면서 돈이 도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아직 2000년 이후 장기추세치에는 미달해 물가상승 압력이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해소와 맞물려 물가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통화유통 속도는 올해 1분기 0.713을 기록해 2008년 3분기(0.748) 이후 1년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통화유통 속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광의통화(M2)로 나눈 것으로, 시중에 돈이 얼마나 빠르게 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분기별 통화유통 속도는 2000년대 들어 0.8대를 유지해 왔으나 국제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실물 부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지난해 1분기에는 0.696까지 추락했다. 이후 지난해 2분기 0.707, 3분기 0.712로 오름세를 타다가 4분기 0.702로 하락했으나 올해 1분기 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통화량을 본원통화로 나눈 통화승수도 지난해 12월 25.07, 올해 1월 24.20, 2월 23.97로 가파르게 하락했으나 3월에는 24.49로 올랐다. 통화승수는 은행들의 신용창출 과정을 통해 얼마만큼의 통화를 창출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통화유통 속도가 상승한 것은 실물경제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명목 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나 성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대희 연구위원은 “통화유통 속도가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2000년 이후 장기균형치로 볼 수 있는 0.8 수준에 못 미쳐 물가 압력이 현실화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하게 푼 유동성과 빠른 유통 속도가 결합하면 유동성 과잉과 물가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몇 개월 뒤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생산자물가도 7개월 연속 상승해 물가지수가 국제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올랐다. 한은은 이날 5월 생산자물가가 한 달 전보다 0.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월 올랐다. 오름폭은 4월(0.8%)보다 조금 줄었다. 상승률을 반영한 생산자물가지수는 115.2를 기록해 2008년 8월과 같은 수준을 회복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