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구글 ‘최고 중의 최고’로 대반격-애플 ‘초슬림’으로 방어
입력 2010-06-08 21:28
그야말로 용과 호랑이가 맞붙는 형국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전쟁이 시작됐다. 1라운드에선 삼성이 완패했다. 하지만 이번엔 대역전극을 자신하고 있다. 이미 세계 110여개 글로벌 이동통신사가 동시에 출시했고, 예약판매만 100만대를 넘는다고 밝혔다.
이번 싸움은 모바일 생태계의 주도권 다툼 성격이 짙다. 삼성전자가 8일 내놓은 갤럭시S는 구글의 개방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반면 아이폰4는 애플의 폐쇄형 OS를 각각 채택했기 때문이다. 차세대 스마트폰 시장을 삼성이 주도하느냐, 아니면 애플이 이어가느냐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렸다.
◇삼성전자, 애플 정조준=삼성전자와 OS 제공사 구글, 유통업체 SK텔레콤은 갤럭시S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났다. 애플을 상대로 3사가 협공을 펴는 형세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S가 공개되는 이날을 기다려왔다”며 “삼성 휴대전화 20년 역사의 역량이 녹아 있는 제품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OS 창시자로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도 “갤럭시S 출시는 또 하나의 혁신이 탄생하는 순간”이라면서 “휴대전화의 히트 요소를 다 갖춘 최고 중의 최고(best of best) 제품”이라고 극찬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에 대해 ‘슈퍼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화면과 두께 9.9㎜의 날렵한 ‘슈퍼 디자인’ ‘슈퍼 애플리케이션’ 제공이라는 ‘3S’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애플리케이션 분야에 신경을 많이 써 그동안 삼성 스마트폰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개선시켰다.
갤럭시S에는 국내 소비자를 위해 교보문고 전자책, 다음 로드뷰 지도와 같은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이 기본 탑재됐다. 애플리케이션 장터로는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뿐 아니라 삼성앱스와 T스토어(SK텔레콤)도 이용할 수 있다. 지상파 DMB를 통해 방송을 볼 수 있는 점도 갤럭시S의 강점이다.
◇아이폰, 하드웨어 경쟁력 강화=삼성전자와 구글의 협공에 대한 애플의 방어도 만만치 않다. 애플은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온 하드웨어 기능을 대폭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4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아이폰4의 두께는 9.3㎜로 갤럭시S(9.9㎜)보다 얇다. 또 아이폰4의 해상도는 960×640 픽셀로 기존 아이폰 3GS보다 4배 개선됐으며 갤럭시S(800×480 픽셀)도 능가한다. 다만 디스플레이 화질은 해상도뿐 아니라 반사율, 색재현율, 시야각 등 여러 요인을 모두 감안해야 한다.
삼성 측은 갤럭시S의 슈퍼 AMOLED 화면이 아이폰4의 LCD 디스플레이보다 반사율, 색재현율, 시야각 면에서 앞선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아이폰4의 슬림 디자인과 선명한 디스플레이, 빠른 속도는 삼성(갤럭시S)에 직접적인 도전”이라고 전했다.
애플리케이션 측면에서 애플은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현재 안드로이드 마켓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 수는 5만여개인 데 비해 애플 앱스토어의 애플리케이션은 22만5000여개나 되기 때문이다. 또 아이폰4는 새로운 OS인 아이오스(iOS4)를 탑재,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졌다.
다만 갤럭시S는 안드로이드 OS의 성장세가 또 하나의 강점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1분기 북미 휴대전화 시장에서 안드로이드폰 판매량이 360만대로 아이폰(300만대)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북미 시장에서 안드로이드폰 판매량은 1년 새 700% 이상 급증했다. IT 전문가들은 안드로이드폰의 성장세가 세계 시장 전체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는 점을 들어 아이폰4 판매가 시작되는 이달 말 이후 시장 판도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SK텔레콤-KT 대리전 관심=국내 시장에선 이동통신 라이벌인 SK텔레콤과 KT가 각각 갤럭시S와 아이폰4를 선택해 또다시 격돌한다. 갤럭시S가 이달 중 나오고 아이폰4는 다음달 출시 예정이다. 갤럭시S가 먼저 나와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지만 아이폰4를 기다리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의 가격을 결정하지 못했지만 아이폰4에 경쟁력을 가지는 수준에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KT의 대결 결과에 따라 업계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잡스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개인용 컴퓨터(PC)는 트럭”이라며 “트럭이 지금도 굴러다니고 여전히 쓸모가 많지만 실제 운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패드가 기존 PC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지우 김지방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