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60주년… 끝나지 않은 전쟁] 北셀 수 없는 도발… 전쟁과 평화 사이 불안한 줄타기

입력 2010-06-08 22:12


(1) 반목의 한반도 어디로

6·25가 발발한 지 60년이 지났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 상태라는 불행한 운명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쟁을 법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전쟁이 중단된 정전협정 상태에 아직까지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60년 전과 같은 전면전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전쟁 연구의 권위자인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8일 “한반도의 새로운 전쟁은 세계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 간 충돌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우발적 계기가 아닌 의도된 전쟁이나 도발은 이제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60년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전쟁의 후폭풍 역시 이를 억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박 교수는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하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세계적인 기업이 전쟁에 휩싸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재정권인 북한이 60년 이상 건재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이 한반도라는 점은 이 지역의 여전한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다만 6·25가 발생했던 시점과 비교하면 구조적으로 판이한 측면도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당시 미국과 소련의 냉전은 시장과 반(反)시장의 대립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중국도 경제적으로 미국과 시장을 공유하며 소통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국지전으로 전쟁의 개념을 확대하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북한은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의 가동이 중단된 1994년까지만 해도 정전협정을 무려 42만5000여 회나 위반했다. 멀리는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에서부터 가깝게는 세 차례의 서해교전과 지난 3월 천안함 사태가 직접적인 실례가 된다.

남북관계 한 전문가는 “당장이라도 남측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하기 위해 확성기를 설치하고 북한이 이를 조준타격하면 국지전은 곧바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남북 간 갈등은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상호 간 공존의식이 희박해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김대중 정부 이후 화해협력정책으로 남북 간 공존의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6·15 공동선언 등이 부정되면서 정전체제의 불안정성이 다시 한번 드러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평화협정 체결을 넘어 평화체제로 시급히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남북 간 군비 축소, 국제적으로는 북·미관계의 정상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선군주의를 평화주의로 바꾸고 군사력에 쓰는 내부 자원을 인민생활과 복지로 돌리면 전쟁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비무장지대의 남북 간 군비 축소,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 수 있는 북·미 외교관계의 수립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수행도 좋지만 남북 간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남측 정부의 능력도 중요한 포인트로 지적됐다. 박 교수는 “박정희 노태우 정권처럼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더라도 관리, 통제하기 위해 한 발 떼어놓고 경쟁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북한의 조치에 직접 보복해 갈등을 격화시키는 것은 현책(賢策)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