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년] 일제 말 제주·남해안은 거대한 군사기지였다

입력 2010-06-08 18:46


경술국치 100년 기획 잊혀진 만행… 일본 戰犯기업을 추적한다

제3부 강제동원 더 깊이 들여다보기

③ 국외 동원 그늘에 가리어진 국내 동원


전남 여수 거문도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인 불탄봉. 해발 195m의 이곳에 올라서면 우리나라 남서해안 일대가 한눈에 보인다. 하지만 발을 딛고 서 있는 구조물을 확인하고 나면 섬뜩한 느낌이 든다. 구조물은 바로 일제시대 만들어진 진지다(사진 참조).

진지는 가까이에서 보지 않으면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교묘하게 만들어졌다. T자형 동굴 형태에 내부 폭이 약 2m, 높이는 약 2.3m다. 입구에서 동굴 끝까지 거리는 14∼15m. 콘크리트 두께는 30∼40㎝다. 일제는 이곳에서 연합군 전투기와 군함의 움직임을 감시했다. 거문도에는 이런 진지뿐 아니라 자살특공 어뢰정인 ‘카이텐(回天)’을 감추기 위해 파놓은 기지 등 군사 시설물이 10여곳 있다. 제주도에는 거문도보다 훨씬 더 많은 일제 군사 시설물이 남아 있다. 주로 비행장과 진지동굴 등이다.

제주도와 남서해안은 일제시대 말기 거대한 군사기지였다. 일제는 1944년 말 태평양전쟁 때 전세가 급격히 악화되자 일본 본토에서 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반도’로 불린 우리나라도 본토 가운데 한 곳이었다. 제주도와 거문도, 부산, 목포, 여수 등에 군사 시설물 구축이 이뤄졌다. 현지 주민이 강제동원됐다. 지금도 제주도와 남서해안 여러 곳에서 군사 시설물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특별기획팀=글·사진 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