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매달 수백개씩 망한다”… 中企 부정적 묘사 교과서 고친다
입력 2010-06-08 18:11
“중소기업은 매달 수십, 수백개 업체가 망한다. 자금 지원이 이뤄지면 충분히 회생 가능성이 있는 유망 중소기업일지라도 아무도 선뜻 나서서 인수하거나 자금을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H교과서, 중학교 3학년 ‘경제와 생활’ 142쪽)
“K씨는 조그마한 기업을 운영하면서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K씨는 납품을 하고 나면 항상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K씨가 납품한 대기업에서 물품 대금을 제때에 주지 않기 때문이다.”(J연구소, 중학교 3학년 ‘사회’ 86쪽)
“남피해씨는 작은 염색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그래서 폐수를 정화처리하지 않고 그냥 강으로 무단 방류하였다. 결국 동네 사람들이 벼농사를 포기하게 되었고, 집집마다 지하수를 정화하기 위해 정수기를 구입해야 했다.”(K출판, 중학교 3학년 ‘사회’ 84쪽)
중학생들이 배우는 검인정 교과서에 나오는 중소기업에 관한 설명이다. ‘중소기업은 매달 수십, 수백개 업체가 망한다’는 내용은 대기업이 문어발식 경영으로 외형 성장에 집착하는 와중에 중소기업은 자금난 속에 고사한다는 것이 전체 맥락이지만 이를 읽는 학생들에게는 ‘중소기업은 일하기에 불안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폐수 무단 방류의 경우 교과서에는 ‘지나친 사익 추구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기 위한 소재로 쓰였지만, 자칫 학생들에게는 ‘중소기업은 범법집단’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교과서를 수정하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8일 학생들에게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기업관을 심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 검정교과서 2종, 인정도서 1종의 내용을 전면 수정·보완키로 하고 저작자·출판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지난달 6일 열린 제57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보고했고, 이 대통령은 “교과서를 개정하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중소기업에 대해 이런 식의 표현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고 지시했다.
교과부는 교과서 저자와 출판사들도 문제가 된 대목을 긍정적으로 수정하는 데 동의한 만큼 다음달 말까지 수정·보완 작업을 완료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초·중·고교부터 중소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출발하는데 청년이 되어 구직 단계에서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며 “교과부뿐 아니라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의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