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일상’ 주제 기획전 여는 갤러리 떼 신영수 관장 “포화 속 중단 없는 삶 얘기하고 싶었죠”

입력 2010-06-08 18:27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전시장에 들어서면 요즘은 좀처럼 들을 수 없는 박두진 작사, 김동진 작곡의 ‘6·25 노래’가 축음기에서 흘러나온다. 한국전쟁 때 쓰던 군사물품과 이를 재활용한 생활도구, 북한군 삐라와 중공군 무기 등이 빼곡하다. 60년의 세월을 거슬러 195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 떼의 신영수(사진) 관장이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전쟁과 일상’이라는 주제로 20일까지 기획전을 마련했다. 젊은 시절부터 청동기 등 유물과 각종 민속품 수집광이기도 한 신 관장이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서 20여년간 모은 한국전쟁 관련 물품 30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품들은 전쟁 중에도 살아가기 위해 군사물품을 생활용품으로 고쳐 쓰던 시절의 아련한 추억으로 이끈다. 군용 드럼통은 교통표지판이 되었고 미군들이 다 마시고 던져버린 코카콜라 캔은 수류탄 껍데기와 더불어 기름을 채우고 심지를 만들어 꽂아 등잔으로 재활용됐다.

이른바 ‘하이바’는 인분을 푸는 똥바가지가 되었는가 하면 받침대를 달아놓으니 재떨이로도 안성맞춤이다. 일명 ‘삐삐선’이라 불리던 군용 전화선은 시장바구니로 탈바꿈했다. 중공군의 ‘방망이 수류탄’은 절굿공이로 변하고 기관총 탄피는 신발 밑창 흙을 털어내는 발판이 되었다.

신 관장은 “지금은 보기 드문 희귀품이지만 70년대까지만 해도 군부대 근처 마을에서는 종종 쓰이던 물품”이라며 “‘북괴 도발 못 막으면 자유 잃고 노예된다’는 구호가 적힌 상품과 ‘북한을 선전하는 삐라를 주워 신고한 학생들에게는 공책을 선물로 준다’는 홍보 자료 등을 학생들이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미국을 물리쳐 (북)조선을 돕자는 ‘항미원조’(抗米援朝) 문구가 적힌 중공군 관련 물품도 다수 보인다. 한국전쟁에서 18만3000명에 이르는 전사자를 낸 그들이 사용한 밥그릇과 솜을 넣은 군복, 비상식량인 미숫가루를 담은 자루와 참전 군인이 받은 각종 훈장과 상이군인 수첩 등은 중국에서 수집한 것들이다.

신 관장은 “전쟁 혹은 포화 속에서도 일상은 중단 없이 계속되었으며 어쩌면 그것이 삶의 욕망을 더욱 부채질한 원동력이었음을 보여주려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02-733-219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