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좌파로 보지 말라”는 송영길 당선자
입력 2010-06-08 17:48
지방선거 이후 야권 지자체 당선자들과 교육감들의 기세가 등등한 가운데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와 박준영 전남도지사 당선자의 신중한 언행이 눈길을 끈다. 다른 당선자들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정치 투쟁을 가속화하려는 데 비해 송·박 두 당선자는 정치 투쟁보다는 행정으로 승부를 거는 실무형 단체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어서다.
송 당선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더 이상 좌파로 보지 말라”면서 정치적 투쟁보다는 일로 평가받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80만 인천시민들의 복리를 책임진 만큼 이념에 휘둘리기 쉬운 정치나 선거에서 한 발 물러나 지방을 살찌우는 행정에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벌써 장관과 지역 내 여당 의원들에게 협조를 당부하는 등 실무적이고 유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3선에 성공한 박준영 당선자도 마찬가지다. 박 당선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반대하는 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 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와 연대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4대강은 정치 투쟁이고 영산강은 지역 현안사업인데 영산강을 정치 논리에 따라 외면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정치적 입장보다 도지사로서의 책무가 더 중요하다는 소신이 뚜렷하다.
두 당선자의 행보는 신선하다. 그들의 말처럼 행정은 정치와 다르다. 단체장은 지역 발전에 필요하다면 정파와 이념을 넘어 중앙정부와 국회의원, 인근 지자체장 등 누구와도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의 모습보다 행정 현장을 찾아 일하는 단체장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두 당선자의 자세는 박수 받을 만하다. 이들의 다짐이 말에 그치지 않고 그대로 실천되길 기대한다.
지방 행정은 최대한 중앙 정치나 이념에 예속되지 말아야 한다. 교육 행정도 마찬가지다. 자치 단체장이나 교육감들은 오로지 주민이나 교육수요자만 바라보고 실용적 입장에서 현장 중심의 행정을 펼치는 것이 정도다. 그런데도 공동지방정부 주장이 제기되고 진보성향 교육감 관계자들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회합을 가졌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유감스럽다. 국민의 바람을 정확히 헤아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