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민 생존 외면한 북한 최고인민회의

입력 2010-06-08 17:48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3차 회의가 7일 열려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국방위 부위원장에 임명하고, 총리를 경질하는 등 내각을 대폭 개편했다. 그러나 정치 쇄신으로는 볼 수 없는 지배집단 내부의 승진잔치에 불과했다. 마비된 경제 시스템을 그대로 놔둔 채 이뤄지는 미봉식 인사가 물가 폭등과 생필품 부족에 허덕이는 주민들의 절박한 민생 요구에 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 2월 화폐개혁과 장마당폐쇄의 부작용에 대해 공개 사과한 김영일을 내보내고 김일성 비서 출신의 최영림 평양시당 책임비서를 기용했다. 부총리 5명 가운데 3명을 해임한 대신 4명을 새로 임명하고 각료 2명에게 부총리를 겸직시켜 부총리가 8명으로 늘어났다. 각료 다수가 교체됐지만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 장성택의 국방위 부위원장 승진이다. 작년 4월의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이 된 장성택을 김정일이 직접 제의해 1년 2개월 만에 부위원장으로 승진시켰다. 제1부위원장 조명록의 건강이 좋지 않아 장성택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장성택을 중심으로 후계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김정일 사후 장성택이 ‘섭정왕(攝政王)’이 되어 북한을 지배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 정부도 장성택 시대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

북한 헌법은 최고인민회의를 최고주권기구라고 규정하지만 실제로는 노동당의 결정을 추인하는 데 불과하다. 보통 연 1회 열리는 최고인민회의가 올해는 지난 4월에 이어 두 달 만에 또 열렸다. 북한 권력 심층부에서 이번 인사 외에 다른 중요한 결정들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배집단 내부의 교통정리뿐 아니라 천안함 사태를 돌파하기 위해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다. 비공개 결정들을 이행하기 위한 환경 만들기라고 봐야 할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주민의 관심사와는 무관하게 권력과 체제의 안녕만을 위한 지배집단의 단합대회였다. 변화는 오로지 지배집단의 필요와 이익에 따라 이뤄지는 북한 정치의 속성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