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박주영-염기훈 ‘찰떡 호흡’이 그리스 골문 연다

입력 2010-06-08 21:52


요즘 ‘허정무호’ 남아공 훈련장(루스텐버그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엔 약간의 긴장감이 감돈다.

허정무 감독은 겉으론 밝은 표정이지만 속내는 편치 못하다. 그리스전 대비 팀 완성도에서 약한 고리들이 존재해서다. 허정무호 그리스전 2대 고민을 짚어봤다.

◇박주영 중심 투톱 시스템 공격력 극대화 방안은=12일(이하 한국시간) 그리스전에는 박주영(AS모나코)-염기훈(수원) 투톱이 선발 출전한다. 허 감독은 루스텐버그 훈련에서 박주영과 염기훈의 호흡을 우선적으로 집중 점검하고 있다.

염기훈도 그리스전 선발 출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염기훈은 8일 훈련에 앞서 “주포지션은 원래 왼쪽이지만 대표팀에선 포워드(중앙공격수)로 뛰었기 때문에 둘 다 자신있다”고 말했다. 염기훈은 “감독님께서 제가 (왼쪽 날개) 지성이 형과 경기 도중 자주 자리를 바꾸도록 주문하신다. (왼발 프리킥 상황) 세트피스에서도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주영, 염기훈이 부진하면 그리스 골문 열기가 힘겨워진다. 게다가 박주영은 현재 왼쪽 팔꿈치 부상 후유증으로 발리슛, 터닝슛 등 100% 자유로운 큰 슛 동작이 쉽지 않다.

결국 그리스전은 박주영, 염기훈의 개인 골 결정력보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가는, 미드필드진부터 시작되는 약속된 플레이가 더 중요한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투톱으로 함께 뛰어본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박주영-염기훈의 그리스전 호흡(패스·움직임·상대 수비수 끌고 다니기 등)이 한국 전체 공격의 혈액 순환을 좌우하게 된다.

염기훈이 여의치 않으면 이동국(전북) 또는 안정환(다롄)이 후반 교체 투입될 수 있다. 허 감독은 “이동국의 몸 상태가 상당히 많이 올라와 있다. 그리스전 출전도 조금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동국 역시 “지금은 그리스전만 생각하고 있다”며 출전 의욕을 보였다.

붙박이 중앙 공격수 박주영의 투톱 파트너로 누굴 선택하느냐는 남아공월드컵 내내 허 감독이 결단해야 할 고민거리다.

◇악재 겹치는 중앙 수비수 라인 견고화 대책은=그리스는 고공·세트피스 축구를 한다. 장신의 그리스 선수들은 한국 골문 앞에서 직접 헤딩슛 또는 헤딩에 이은 후속 슈팅을 노린다. 봉쇄 첫 번째 책임 선수가 허정무호 중앙 수비수들이다.

한국이 연이은 중앙 수비 라인 악재와 힘겹게 싸워나가고 있다. 허 감독이 그리스전을 염두해 발탁한 곽태휘(1m85·80㎏·교토)의 부상 낙마에 이어 조용형(1m82·71㎏·제주)까지 왼쪽 옆구리 등 부위 대상포진(통증을 수반한 피부발진)으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팀 훈련에서 빠진다. 그리스전 이정수(1m85·76㎏·가시마)-곽태휘 조합이 무산됐는데 이정수-조용형 라인업마저 삐걱이게 된 것이다.

일단 조용형의 그리스전 출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대표팀 설명이다, 하지만 그리스전을 코 앞에 둔 중요 시기에 조용형이 최종 수비 조직력 다듬기 대열에서 이탈하는 게 좋은 일은 아니다. 당초 계획이 자꾸 틀어지는 바람에 허 감독 마음도 타들어간다.

허 감독은 예비 중앙 수비수 요원 김형일(1m87·83㎏·포항), 강민수(1m84·76㎏·수원)도 점검하고 있다. 그리스의 세트피스 공격을 가정해 이정수-김형일, 이정수-강민수 조합별로 상대 크로스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훈련을 소화했다.

고농도 특수 비타민까지 복용하고 있는 조용형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그리스전에 나서지 못할 경우 김형일의 대타 기용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인다.

축구에서 완벽한 준비 상태로 경기에 나서는 팀은 없다. 그러나 약점을 최대한 감출 수 있는 것도 그 팀의 능력이다.

루스텐버그(남아공)=이용훈 기자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