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군사갈등… 亞안보회의 감정싸움
입력 2010-06-07 18:50
미국과 중국이 군사 분야에서 극심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제재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천안함 외교 전략에도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9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노골적이지만 품의를 갖춘 형태로 군사적 긴장 관계를 드러냈다고 월스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양국은 또 기존 관례의 별도 양자 회담을 개최하지 않았다. 앞서 중국은 아시아를 방문 중이던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을 초청하지도 않았다. 미국의 대(對)대만 무기판매에 반발하는 차원으로 풀이됐었다.
게이츠 장관은 지난 5일 아시아안보회의 연설에서 “양국의 군 고위급 회담이 열리지 않은 데 따른 실질적인 대가가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에 반발해 양자 대화를 중단키로 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유감스러워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국방대학교의 주쳉후 소장은 게이츠 장관의 연설에 이어 연단에 올라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려는 건 상호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무기판매의 유일한 목적은 중국의 통일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중국이 미국을 동반자로 여기는 상황에서 정작 미국은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배타적 경제수역인 남중국해에서의 미국 정보활동을 둘러싸고도 설전은 이어졌다. 미국은 국제수역에서 허용되는 일상적 군사 활동임을 내세워 감시 및 순찰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은 남중국해의 주권을 주장하면서 해군력 증강, 분쟁수역에 대한 어로금지 조치 등을 통해 실질적 지배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양국의 군사적 갈등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 1월 64억 달러(7조6915억원) 규모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승인하면서 예견됐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